중국 젊은 여성들은 돈 벌러 왜 사찰에 갔나 [특파원 24시]

김광수 2021. 10. 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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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하얀 옷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명상에 잠긴 듯 방석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 성행하다 적발된 '포위안(佛媛)'들이다.

포(佛)는 부처, 위안(媛)은 아름다운 여성을 격식 있게 부르는 말이다.

중국 종교사무조례 53조는 '종교를 이용한 어떠한 형태의 상업 행위'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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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미모에 불교 신비주의 더한 '포위안'
 '여우 꼬리', '요괴' 지탄받는 온라인 상술
종교 이용 불법 상행위에 관련 계정 폐쇄
고풍스러운 흰색 옷을 차려 입은 중국의 젊은 여성들이 법당을 연상케 하는 방에 나란히 앉아 명상을 하고 있다. 정면의 벽에 미친 그림자를 보면 마치 참선하는 부처와 닮았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양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시선을 사로잡아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고가로 판매해 돈을 버는 중국 '포위안'들이다. 웨이보 캡처
“승려의 옷을 입었다고 여우 꼬리를 감출 수는 없다. 서유기에 나오는 요괴나 다름없다.”
중국 궁런일보 9월 21일 자

고풍스러운 하얀 옷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명상에 잠긴 듯 방석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정면의 벽에는 참선하는 부처를 연상케 하는 그림자가 비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다른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붓을 들고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다. 차를 마시고 절을 하고 향을 피우거나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우산을 들고 사찰 내부를 거닌다.

언뜻 불교에 귀의한 수행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짙게 화장했다.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옷차림에 몽환적 분위기를 더한 이색적인 장면들이 시선을 단번에 사로 잡는다.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고 링크를 걸어놓은 화면에 들어가보니 명품 가방과 화장품, 옷, 심지어 맛집을 소개하는 광고가 득실댄다.

중국 온라인에서 성행하다 적발된 ‘포위안(佛媛)’들이다. 포(佛)는 부처, 위안(媛)은 아름다운 여성을 격식 있게 부르는 말이다. 원래 ‘부처에게 경의를 표하는 여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을 유도하는 한낱 호객꾼으로 변질됐다. 종교의 엄숙함과 믿음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물건을 팔아 돈을 벌려는 얄팍한 상술만 남았다. 무심코 들어갔다가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대로 클릭을 반복했다가는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어떤 포위안은 부처와 닮은 두툼한 귓불을 연출하기 위해 히알루론산 필러 시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모습을 연출한 중국의 또 다른 포위안. 바이두 캡처

이 문제를 가장 집요하게 지적해온 궁런(工人)일보는 중국 노동조합의 전국 연합단체인 중화전국총공회의 기관지다. 일반 노동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포위안이 속세를 초탈한 듯 보이면서 가장 세속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일보는 “포위안은 겉으로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욕망으로 가득 찬 존재”라면서 “그런 식으로 사찰을 이용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 종교사무조례 53조는 ‘종교를 이용한 어떠한 형태의 상업 행위’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포위안은 모두 실정법 위반인 셈이다. 실제로 이들 대부분은 모델이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들이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무신론을 표방하는 중국에서 젊은 여성들이 돈을 벌려고 불교 신자 흉내를 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베이징일보는 포위안을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위해 만든 가짜 인간”이라고 가세했다.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팔 듯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상은 형편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틱톡)은 “포위안 이미지를 이용해 허위 마케팅을 해온 계정 48개를 처벌하고 7개를 영구 폐쇄하는 한편 동영상 148건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 샤오훙수도 계정 3개를 차단하고 70개의 사진과 동영상을 없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인터넷 정화 캠페인을 통해 일부 온라인 계정의 반문명적 행위들을 바로잡고 범죄를 척결했다”면서 “포위안과 관련한 동영상은 대부분 지워져 검색이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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