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도 죽은 아프간..탈레반 피해 가는 예술가들

2021. 10. 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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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문화 예술에 대한 탄압을 두려워해 그림과 책, 영화 등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프간의 수많은 문화예술인은 탈레반을 피해 각종 예술품과 영화, 책을 태우고 숨기며 자체검열에 나섰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집권했던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문화 예술의 부흥을 억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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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자체 검열 나서..미술품·책·영화 숨기거나 처분
악기 상점도 문 닫아..서점은 이슬람 율법 관련 책만 판매
탈레반 "문화 예술 규제 틀 마련 중"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철창 뒤에 갇혀 있는 여성이 그려져 있는 벽화 앞에 모여 앉아 있다. 아프간에서는 여성 인권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 대한 탄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문화 예술에 대한 탄압을 두려워해 그림과 책, 영화 등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프간의 수많은 문화예술인은 탈레반을 피해 각종 예술품과 영화, 책을 태우고 숨기며 자체검열에 나섰다. 표현의 자유를 누렸던 아프간의 문화 예술 분야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집권했던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문화 예술의 부흥을 억압했다. 집권이 끝난 후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문화 예술은 꽃을 피웠으며 수도 카불의 성장에 영향을 많이 줬다. 그러나 오로지 샤리아(이슬람 율법) 기반으로 통치하겠다는 탈레반의 선언과 함께 아프간의 문화 예술은 다시 한번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프간 예술가는 WP에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지 3일 만에 그림 15점을 처분했다”고 전했다. 15개의 그림 모두 여성을 묘사한 현대 미술 작품이었다.

현재 슬로바키아에 거주하는 샤라 카리미 국영 영화사 ‘아프간 필름’ 소속 영화 제작자는 “우리가 가치 있다고 믿는 예술은 독재나 검열에서 자유로운 예술”이라며 “아프간의 예술인은 예전처럼 자유롭게 작업하기 힘들 것”이라고 WP를 통해 전했다.

카리미에 따르면 아프간 필름은 두 번째 국내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직원들은 장·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20편의 영화를 가지고 있었다. 카리미는 “탈레반이 이것을 찾으면 파괴할 것”이라며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에 숨겨놨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한 악기 상점. 현재 카불 내 악기 상점은 탈레반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문을 닫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아프간의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악기 상점도 대부분 문을 굳게 닫은 상태다. 많은 웨딩홀은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웨딩 밴드와 가수 초청을 중단했다. 영화제작도 멈췄다.

서점도 자체 검열에 나서 샤리아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책을 모두 처분했다. 특히 여성과 관련된 책은 모두 가판대에서 사라졌다. 가정집에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책과 서양 문학책을 모두 숨겼다.

사피울라 하비비 카불 미술 연구소 소장은 “탈레반은 예술 규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지만 예술가는 자체검열을 통해 탄압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부대변인은 탈레반 정권이 여전히 문화 예술 규정에 대한 틀을 마련 중이라며 “어떤 문화 예술이 허용될지는 샤리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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