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교감에 관객까지 하나로..신박듀오 첫음반 기념 리사이틀
(서울=연합뉴스) 나성인 객원기자 = 신박 듀오가 지난 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첫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가졌다.
2015년 결성된 직후 세계적인 콩쿠르를 연이어 휩쓸며 피아노 듀오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신미정과 박상욱은 그동안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국내 무대에 듀오의 매력을 전해 왔다. 이날 공연은 가장 사랑받는 듀오 명작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네 손'의 향연이었다.
1부는 두 사람의 피아니스트가 한 피아노를 연주하는 연탄(連彈) 무대였다. 첫 곡인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는 작곡가의 생애 마지막 해인 1828년에 나온 명작이다. 이 작품은 신박 듀오가 국내의 여러 연주회에서 자주 선보이는 장기와도 같은 작품이다.
슈베르트 음악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방랑자 발걸음' 모티프는 론도 주제처럼 반복되며 갖가지 음악적 에피소드를 이끌고 나온다. 회상적이고 서정적인 노래풍 악상, '죽음의 무도'처럼 휘몰아치는 춤곡풍 악상, 충격과 공포를 소리로 그린 듯한 타격의 악상 등을 신박 듀오는 선명하고도 유연하게 담아냈다.
두 사람의 호흡은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섬세한 뉘앙스와 색채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자유로우면서도 구성적 단단함을 잃지 않는, 말 그대로 혼연일체였다.
두 번째 곡은 차이콥스키가 직접 남긴 연탄 버전의 '1812년' 서곡이었다. 갖가지 타악기와 화려한 금관이 만들어내는 이 대규모 축제 서곡은 신박 듀오의 손에서 하나의 정교한 리듬 예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까지 포함하는 원래 서곡의 양감을 재현할 수는 없지만, 신박 듀오는 연탄곡 편성에 담을 수 있는 제한된 음형 및 음역만을 가지고도 '신박'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전쟁음악 특유의 강렬한 연타는 물론이거니와 경건한 러시아 찬가와 리드미컬한 갖가지 이음부 사이의 대조가 탁월했고, 전체를 이어나가는 유기적인 호흡도 훌륭했다.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이 곡을 빈틈없이 재현하면서 미세한 페달링의 효과와 주법 교체 등 디테일 또한 뛰어나 듣는 이들을 매료했다.
최상의 연주는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된 2부에서도 이어졌다. 2부 첫 곡인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에서는 민속적인 리듬감과 반복 리듬의 점증적 효과, 시시각각 변하는 소리의 빛깔 등이 인상적이었다. 명상적인 첫 곡 '밤의 전주곡'의 하강하는 주제는 '밤'의 고요를 그린다. 이 단순한 주제는 이후 곡에서도 반복하여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말라게나'와 '하바네라'에서는 이국적인 반음계와 특유의 리듬이 우아하면서도 유희적인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 곡 '축제'는 화려하고도 기교적인 즐거움이 넘친다. 이전 두 작품에 비해 신박 듀오는 프랑스-스페인적인 작품의 소리를 완전히 다르게 빚어냈다. 마치 빛의 조각들이 흩뿌려지는 듯 가볍고 투명한 음색, 의외성을 만들어내는 리듬과 흐름의 변화 등이 작위적인 계산이 아니라 더없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연의 대미는 모차르트의 유명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장식했다. 신박 듀오는 전체 3악장이 지나가는 동안 고전적 형식미를 유지하며 낭만적 몰입이나 과장을 자제했다. 다소 빠른 듯한 템포는 약간의 루바토를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유지되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이제 서로를 확인해가며 말 그대로 음악적 대화를 주고받는 듯했다. 얼마나 주의 깊게 서로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또 서로의 소리를 듣는지, 그 모습 자체가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의 전형이 되기에 충분했다. 템포나 테크닉, 객관성의 토대 위에 구축한 형식미에는 분명 긴장감이 흘렀지만, 듣는 이는 편안했다. 파트너를 완전히 신뢰할 때 전달되는 편안함이었다.
신박 듀오는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려는 듯 무려 다섯 곡의 앙코르를 선사했다.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에서 두 곡, 직접 편곡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서곡의 일부, 리스트의 화려한 '헝가리 랩소디' 2번, 라벨의 '엄마 거위'의 마지막 곡 '마법의 정원'이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신미정이 분방하고 재기발랄하게 건반 위를 노닐면, 박상욱은 이를 받아주며 정확하게 사인을 보내 호흡을 다잡거나 곡 흐름의 방향타를 조금씩 돌려놓는다. 두 사람은 그렇게 구조와 역동, 즉흥성과 안정감 모두를 갖춘 최고 수준의 듀오 음악을 들려주었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피아니스트의 친밀한 음악적 교감을 제 것처럼 온전히 누렸다. 모든 것이 풍성하고 넉넉했다. 음악이, 듀오라는 장르가 더없이 빛나고, 연주자는 최고로 행복해 보였으니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했다.
lied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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