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옮긴 치유와 생명의 공간 DMZ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2021. 10.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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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숙은 경계를 아는 것이다.

작가가 같이한 시간 동안 DMZ를 채운 것은 고라니의 고결한 눈빛을 비롯해 식물과 동물 그리고 안개나 별이었다.

DMZ가 지구상 유례없는 치유와 생명의 탄생 공간이자, 인간 본성의 복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작품 《DMZ From Nature》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루미나 고라니, 꽃이나 자작나무 같은 생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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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그곳에서 지낸 양서경의 《DMZ 15년의 기억들》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DMZ 15년의 기억들 | 양서경 지음 | 에코아트연구소 펴냄 | 199쪽 | 2만8000원》

인간의 성숙은 경계를 아는 것이다. 생과 사, 성과 속, 카오스와 코스모스, 자연과 인위 등. 그런데 그 성숙은 두 개를 분리하는 과정으로 가는 게 아니라, 그 경계에서 중용(中庸)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두 경계를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위치할 수 있다.

DMZ에 천착하는 양서경은 그런 경계의 미학을 중시하는 작가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장소가 우리에게 가장 신비한 장소인 DMZ이라는 게 신비하다. 작가는 15년 동안 DMZ의 텅 빈 컨테이너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출간한 《DMZ 15년의 기억들》이다. 작가가 같이한 시간 동안 DMZ를 채운 것은 고라니의 고결한 눈빛을 비롯해 식물과 동물 그리고 안개나 별이었다.

작가는 "귀중한 자연과의 시간 속에서 존재로부터 차이에 이르기까지 자연무위의 도로부터 의경에 이르기까지 숱한 이들이 고뇌하며 찾으려 했던 이데아가 내 안에 내재돼 있음을 알았고, 작업을 통해 내 안의 이데아를 놓치지 않으려는 구도의 여정이 이어졌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깊게 알 수 있는 것은 경계에 대한 자신감이다. 스스로 자연의 역동을 그림의 파동으로 만들어간다며, 던진 것이 철학과 예술을 결합한 필라스캐릭아트(philoscharacart)인데, 이는 일반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작가만의 신조어다. 이런 경계의 마음은 신인합일(神人合一), 진공묘유(眞空妙有)나 카오스모스(카오스+코스모스)에도 그대로 투사된다. 세상의 구분들도 작가의 경계로 들어가면 혼융된다. 그래서 작가가 미술 기법으로 선호한 것이 재료의 질감을 살리면서 표현하는 떡갈나무 마티에르 기법인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 그 사이 작가의 영성을 채운 것은 종교도 있지만 다석 유영모나 들뢰즈가 되기도 한다.

1953년 휴전협정을 통해 70년간 유폐된 DMZ는 70년간 인간의 발을 제한한 채 보존된 남북 4km, 길이 250km, 면적 1000㎢의 공간으로 특별한 영성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크투어리즘의 상징이자, 지뢰로 인해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나마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이는 생명 숲 모습이 긍정적인 이미지의 대부분이었다. 작가는 이곳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DMZ가 지구상 유례없는 치유와 생명의 탄생 공간이자, 인간 본성의 복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생명력을 화폭을 통해 보여준다. 작품 《DMZ From Nature》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루미나 고라니, 꽃이나 자작나무 같은 생명들이다. 이들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기도 하지만 꽃을 피워도 고통으로 느껴지는 연리목처럼 만나지 못하는 공간들이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생명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꽃덤불을 향하는 연인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자작나무 숲속에 어울림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가족의 화실에서 재미로 시작한 드로잉을 통해 그림의 세계에 들어왔고, 15년전 DMZ를 만난 후 갓 태어난 아기의 눈동자 같은 세계에 매료돼 긴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DMZ JSA에 있는 평화미술관 관장이자 에코아트센터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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