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설계했다는 이재명의 자백 [쓴소리 곧은소리]

김태규 변호사 2021. 10. 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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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권자가 특정 부동산 업자에  엄청난  수익 몰아줬으니 배임 소지
화천대유로부터 특혜 받은 의혹의 고위 법조인들은 국민 기대 배신

(시사저널=김태규 변호사)

법조인이 대량으로 배출되면서 사정은 달라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도 법조인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던 정서가 있었다. 그런 법조인 중에서 대법관, 검찰총장, 특별검사, 검사장 등 고위직 법조인은 그야말로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당연히 존경과 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장동 게이트'를 거치면서 면면히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런 기대를 저버린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은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대법관을 마치고 사익을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퇴임 후 연세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외관상의 처신이 청문회 당시 답변에 부합한다. 그렇지만 그가 만든 선의는 거기까지다.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의 고문이 되었고, 별 하는 일도 없이 고문료로 월 1500만원을 받았다. 그는 대법관 재직 당시 이재명 지사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무죄 의견을 개진했다. 사람들이 의심의 눈으로 보자 자신은 요약보고서만 봐서 화천대유를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사건의 2심 판결문에 '화천대유'라는 표현이 3번 등장하고, 자신이 펴낸 《공화국과 법치주의》라는 책에서는 이 지사 관련 대법원 판결이 주요 판례로 소개되어 있다. 그가 요약보고서라고 둘러댄 것도 법관 경력 15년 안팎인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심도 있는 연구보고서다. 궁색한 핑계란 것이 드러났다.

애초 이 사건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소부(小府)에서 끝났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사건이었다. 전원합의체로 온 것부터가 이례적이고 특혜다.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이 간단히 끝날 일을 8개월이나 처리하지 않고 들고 있다가 불쑥 전원합의부로 회부한 것 자체가 석연치가 않다. 그렇게 이례적으로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사건이 권순일 전 대법관의 적극적인 무죄 주장을 통해 극적으로 살아났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권순일·박영수·곽상도·강찬우 행태 부끄러워

박영수 전 특검은 역대 특검 중에서 그 규모가 가장 커서 슈퍼특검으로 불렸고, 정권을 중단시켰다. 그 과정에 국민이 호응한 것은 특검의 엄격한 잣대였다. 그렇게 수사 대상에 엄격하던 박영수 전 특검이 부패 스캔들에 자주 이름이 오른다. 포항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에서 포르셰를 제공받았다고 이름이 오르더니, 이번에는 한 달에 1500만원의 고액 자문료를 받고, 그의 딸은 대장동 아파트를 특혜로 분양받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곽상도 의원도 검사라는 그 경력이 국회의원이 되는 데 디딤돌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그 역시도 법조인이라는 직함으로 성공을 이룬 경우라 볼 수 있다. 물론 법리적으로 따져볼 구석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퇴직금과 성과급의 액수만으로도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밖에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검사장과 다수의 변호사가 등장하나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나아가 대장동 게이트가 발생하는 단초가 된 대장동 개발사업의 기본계획 자체를 스스로 설계했다고 말한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법조인이다. 이처럼 대장동 게이트의 주된 등장인물은 모두 법조인이다. 자못 법조인 게이트라고 이름 지어도 될 만하다.

이에 더해 여당과 야당의 인사가 모두 등장한다. 공기관과 사기업이 함께 관여되어 있다. 이런 다방면의 복합적인 비리 의혹을 국민이 그대로 두고 볼 리가 없다. 국민은 그 실체를 분명하게 알고 싶어 한다. 경제가 망가지고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1153배의 수익을 얘기하면 흥분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부동산은 국민의 역린이다.

이재명 지사가 인터뷰 중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감싸면서 자신이 대장동을 직접 설계했다고 말할 때, 귀를 의심했다. 설계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몰아줄 수 있는 사안이라 배임이 문제 될 소지가 있는데 스스로 설계했다고 말하니 의아한 것이다. 이재명 지사 역시 법률가인데 이렇게 쉽게 자신이 설계했다고 말하는 것은 예상 밖이다. 자신의 치적이라고 언급한 사실들을 강조하려다 실수한 것일 수 있다. 또 아니면 아랫사람을 감싸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 연유야 어떠하든 자신이 설계했다는 자백은 향후 실체를 파악해 가는 과정에서 이 지사에게 큰 위협이 될 것 같다.

숨기는 자가 범인…이재명 지사 특검 수용해야

원리는 간단하다. 이런 개발사업의 가장 큰 장애인 인허가를 지자체가 모두 푼다. 그리고 강제수용권을 통해 토지는 싼 가격에 사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아파트는 높은 가격으로 분양한다. 제품가를 높이고, 재료비를 낮추면 수익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커진 수익 중에서 정해진 부분만 기반시설 등의 설치비용으로 성남시에 돌리고 나머지는 극소수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돌린 것이다. 성남시가 받은 이득이라는 부분은 민간개발을 하더라도 기부채납 등으로 충분히 환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올라 예상하지 못한 수익이 생겼다는데, 그래도 1153배가 오르지는 않았다.

이 지사의 지시만 따랐다는 유동규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오자 창밖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던졌다. 이에 더해 이 지사 측근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 지사가 많은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등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이들은 그런 계획 위에서 수익한 자들이지 그 계획을 설계한 자들이 아니다. 그들의 비위가 드러나면 당연히 처벌되어야 하겠지만, 그들의 비위가 있다고 해서 전체를 설계한 사람의 비위가 덮일 수는 없다.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이재명 지사는 당당히 받아들여야 한다. 곽상도 의원을 비난하고,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작명해도 국민의 마음에 배어들지 못하는 것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피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는 너무 부실하고, 검찰 수사는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이 정권 내내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이를 통해 검찰을 굴복시켰다. 윤석열이라는 검찰총장이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된 경위를 보면 이 정권이 어떻게 검찰을 길들였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런 검찰을 믿고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발 사주 사건은 발생하자마자 공수처,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신속히 나섰지만, 대장동 게이트에서는 그런 신속함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는 수사 결과가 나와도 국민이 수긍하지 못할 수 있다. 특검과 국정조사는 온갖 잘나가는 법조인들의 책임 소재를 제대로 밝혀볼 첫걸음이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태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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