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36] 모통이 돌아서니 유년시절 목포바다

정리=박명기 기자 2021. 10. 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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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목포 바다는 작은 점방이 있는 모퉁이를 몇 개 돌아 나가자마자 바로 보였다.

앞마당 놀이터에 비릿한 생선들이 들어있는 수족관처럼 바다는 그렇게 가까이 있었다.

한때는 남쪽 바다가 싫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목포라는 그리움을 애써 잊으려 바다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 사진을 보며 현재 사진 속의 아버님과 돌아가신 지난 세월 속에 잊어버린 시간이 몽상처럼 목포 바다처럼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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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아질수록 더 커다랗게 보이는 유달산..잊어버린 시간이 몽상처럼 일렁

유년시절 목포 바다는 작은 점방이 있는 모퉁이를 몇 개 돌아 나가자마자 바로 보였다.

앞마당 놀이터에 비릿한 생선들이 들어있는 수족관처럼 바다는 그렇게 가까이 있었다. 오늘 지나간 앨범에서 젊은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건조했던 고기잡이 배진성호 사진을 찾았다.

젊었을 때 아버님은 목포에서 안경 쓴 미남형 얼굴에 적잖은 돈을 부리는 사업가로 활동하셨다. 그리고 철공소, 배의 선주로...또는 한약재판매, 국회의원 비서 등... 안정기 때의 내 기억 속에는 노란 유치원복과 커다란 기와집이 아직도 자리잡고 있다.

아버지의 삶에서 그래도 잘 살았던 적도 있다는 흐릿한 기억이 적어도 서울 달동네로 도망치듯이 올라와 가난이라는 타이틀을 식구들이 달고 다니기 전까지는 그랬다.

법대를 나오셨지만 병역 기피만 안 하셨어도 지금쯤 다른 친구들처럼 은퇴한 법조인이라는 명예를 가지고 있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고모들은 살아계셨을 때 한숨처럼 뱉어내셨다.

한때는 남쪽 바다가 싫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목포라는 그리움을 애써 잊으려 바다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 사진을 보며 현재 사진 속의 아버님과 돌아가신 지난 세월 속에 잊어버린 시간이 몽상처럼 목포 바다처럼 일렁인다.

날마다 서울에서 출근 때 바라보는 관악산처럼 작은 바위산인 유달산은 나의 키가 커지면서 산은 반대로 아버지의 어깨처럼 작아져 갔다.

언젠가 나도 그렇게 다시 작아질게다. 그래서 아버지는 때만 되면 유달산을 찾으셨던 게 아닐까?

고향의 바다, 그 바다는 아직도 사진처럼 그대로인데 나는 아버지처럼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고 있다.

비릿한 향의 목포의 부둣가와 내가 훔치던 유달초등학교의 담장에 사슴벌레, 유달산 바위 끝의 옹기종기 모여 낡은 필름 카메라로 찍던 이모네 목포 사진관의 사람들 일제 때 지은 낡은 목조 건물이 즐비한 유달산 끝 풍경은 이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내가 작아지면 다시 커다랗게 보이는 유달산이 그리워져 목포를 찾을까? 목포는 그렇게 항구가 보이는 작아져가는 산이 하나 있다. 

목포는 그리움을 가득 실어 떠나는 시련의 항구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올해 출판이 예정된 산문집을 준비 중이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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