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Pill Can Kill"..미 법무차관이 읊조린 섬뜩한 불법약물 경고
지난해 약물 오남용으로 9만3000명 숨지고 950만점 압수..역대 최고치
문장표현법중에 압운(押韻·rhyme)이 있다.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한데 모아 전하고자 하는 뜻을 재치있게 전달하는 일종의 고품격 언어유희다. 영어에선 노래 가사 등에 이를 즐겨 쓴다. 그런데 라임 중에서 가장 살벌할지도 모를 사례가 미 약물남용 방지 캠페인에 등장했다. ‘One Pill Can Kill(원 필 캔 킬)’. 약 한 알이 사람 목숨을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법무차관이 직접 이 구호를 내걸고 대국민호소에 나설만큼 미국 사회의 약물중독 상황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리사 모나코 미 법무차관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약물 중독 근절 캠페인인 ‘원 필 캔 킬’ 행사 연설에서 미국인들의 충격적인 약물중독 실태를 세세한 수치를 곁들여 밝혔다.
모나코 차관은 이날 올해 현재 당국에 압수된 불법 약물은 총 950만여점으로 작년과 재작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2019년에 비해선 430%나 폭증했다.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불법 약물의 대부분은 마약성 진통제를 뜻하는 ‘오피오이드’이다. 원래 오피오이드는 수술이나 부상 치료 후 통증을 가라앉히거나, 항암 치료 과정에서 이용하는 진통제를 말하며 의사들의 엄격한 처방 과정을 통해 사용된다. 문제는 마약 성분이 들어 있다 보니 남용하면 중독될 수 있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특히 합성 오피오이드 계열인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효능이 최대 100배 강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 밖에서 속칭 ‘야메’로 불법 업자들이 제조한 오피오이드 약품이 쏟아져들어와 의료 목적이 아닌 오·남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최근 몇년 새 중독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약품들은 주로 멕시코 등 외국의 조악한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흘러들어와 판매된다. 그런데 약물 제조에 들어가는 주요 물질은 중국 회사가 납품하고 있다는 것이 미 법무부의 설명이다. 향정신성 물질이 사실상 마약처럼 유통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모나코 차관은 “최근 마약단속국(DEA)인력이 투입돼 불법 약물 180만여점을 압수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불법 약물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미 위험한 단계에 와있다. 지난해 약물 오남용으로 인해 죽은 사람은 9만3000명. 한국의 어지간한 기초단체인구와 맞먹는다. 이는 역대 최고기록으로 전년도보다 무려 30% 증가한 것이다. 모나코 차관은 “이 충격적인 수치에서 보여지듯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작은 도시와 교외, 도시 등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어떤 지역도 퍼지고 있는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 사태에 면역되어있지 않다”며 약물 중독 문제를 치명적인 전염병에 비유했다. 지난해 약물 오남용 사망 사례 중 75%가 ‘오피오이드’에 연관돼있었다. 문제는 불법 약물의 치명성도 더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나코 차관에 따르면 2017년 적발된 약물 중에서 열 개중 한 개 꼴로 펜타닐을 함유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10개 중 네 개에서 펜타닐이 검출되고 있다.
모나코 차관은 “이 불법약품들은 곳곳에서 오프라인으로, 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며 “판매업자들은 10대 소년 소녀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약들은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약품으로 포장돼있고, 값도 저렴한만큼 단속이 쉽지 않아 공공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약 한 알이 사람 한 명을 죽일 수 있다는 구호가 호들갑이나 과장이 아닌 것이다. 현 상황과 관련해 법무부와 DEA는 2015년 이후 6년만에 공공경보까지 발령했다. 중독·사망자들의 급증세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는 “마약 거래상들이 더 강한 마약을 제조하기 위해 펜타닐과 코카인을 섞으면서 약물이 더 치명적이 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하면서 “지난해 미국을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영향도 중독자·사망자 급증의 한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각종 봉쇄 조처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약물 남용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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