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공동명의 했다고 부모님 기초연금 끊긴다고요?"
노후 생활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실제로 자녀들에게 명의를 빌려줬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최대 30만원씩 지급되는 기초연금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은 명의만 빌려줬을 뿐인데 그 명의로 된 재산이나 소득이 반영되면서 기초연금이 깎이거나 아예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녀가 차를 살 때 자동차 보험 문제로 부모님과 공동명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초보 운전자는 자동차보험료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무사고 경력이 긴 부모님과 공동명의로 차를 사면 보험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만 65세 이상이고,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상태라면 자녀의 자동차에 명의를 빌려주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때 차량 가격을 따지듯이 기초연금 대상자를 정할 때도 차량가액을 본다. 배기량 3000cc 이상 또는 차량가액 4000만원 이상인 고급 승용차를 타면 기초연금 대상이 될 수 없다. 고급 승용차는 차량 가액 전액을 월 소득 인정액으로 반영한다. 올해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소득 인정액이 노인 단독가구 기준 169만원, 부부 가구 270만4000원 이하여야 하기 때문에 고급 승용차의 차량 가액이 그대로 소득인정액에 반영되면 기준선을 훨씬 초과하게 된다. 골프·승마·콘도 회원권 등도 마찬가지다.
차량 가액이 5000만원인 차의 지분을 1% 보유한다고 해서 50만원만 재산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지분은 중요하지 않다. 99%의 지분을 보유하든, 1%의 지분을 보유하든 고급 승용차 기준에 들어가면 차량 가액 전체가 소득 인정액에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자녀와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는 기초연금 수급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녀가 사려는 차량의 배기량과 차량 가액만 보면 된다. 대략 현대차의 쏘나타까지는 고급 승용차에 해당하지 않지만, 그랜저부터는 고급 승용차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고급 승용차가 아니면 기본 재산으로 인식된다. 대략 차량 가액이 3000만원이라면 기본 재산공제를 감안하지 않을 경우 소득 인정액으로는 10만원 정도가 반영된다.
자녀가 사업을 할 때 부모의 명의를 빌리는 것은 당연히 기초연금 수급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종합소득세 절세를 위해 사업자 명의를 부모님과 공동 명의로 하거나, 자녀가 신용불량 등의 문제가 있을 때 명의를 빌리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이 기초연금 수급자라면 사업 소득이 반영되면서 기초연금이 삭감되거나, 심하면 소득 하위 70%를 초과해 수급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기초연금은 소득역전 방지 감액이라는 제도가 있다. 노인 단독가구의 경우 월 소득 인정액이 169만원 이하만 받을 수 있다. 월 소득 인정액이 158만원인 사람이 3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 월 소득 인정액 170만원인 노인보다 소득이 많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 월 소득 인정액이 158만원 노인은 기초연금을 30만원이 아닌 11만원만 주는 게 소득역전 방지 감액 규정이다. 이렇게 소득이 늘어나면 기초연금이 감액될 수 있다.
자녀가 부모의 통장을 빌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비과세종합저축계좌를 통해 이자소득세 15.4%를 전액 감면받을 수 있다. 자녀들이 부모 명의로 이 통장을 만들어서 자금을 굴리게 되면 이 돈도 모두 부모의 금융 재산으로 잡힌다. 금융재산이 늘어나면 소득 인정액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공모주 투자 때문에 자녀가 부모 명의의 증권 계좌를 쓰는 경우가 잦다. 균등 배정을 많이 받기 위해 가족 명의를 총동원해 공모주 청약을 넣는 투자자들이 많다. 부모 명의 통장에 넣은 돈은 자금의 성격이나 출처를 따지지 않고 부모의 금융재산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초연금만을 따진다면 부모와 자식간의 임대차 계약은 안 하는 게 상책이다. 부모의 집에 자녀가 전월세로 들어오거나, 자녀 명의로 된 고가 주택에 부모가 살고 있는 경우 모두 기초연금에서 불이익이 있다.
가족과의 거래를 통해 기초연금을 부정 수급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부정하게 기초연금을 타면 원래 기초연금을 받았어야 할 사람들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다. 자녀에게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줘 재산을 축소하거나, 거액 자산가가 자신의 재산을 자녀 명의로 돌려 기초연금을 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우선 기초연금 대상자가 배우자나 자녀, 형제, 자매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은 부채로 인정받지 못한다. 원래 다른 세입자가 전세 1억원에 살던 집을 아들에게 같은 금액으로 전세를 준 경우를 보자. 전세 보증금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전에는 재산에서 전세 보증금 1억원이 차감된다. 하지만 자녀와 체결한 전세 계약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1억원의 재산이 증가하는 결과가 생긴다. 월 소득 인정액이 33만원 가량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녀와의 금전 거래도 인정받지 못한다. 차용증을 쓰고 자녀와 금전 거래를 하더라도 이를 부채로 인정받지 못한다.
고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기초연금 대상자가 되지 못한 어르신들은 이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단 자녀나 배우자 명의로 된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의 주택에 거주하면 무료임차소득이라는 방식으로 임차료에 상승하는 금액만큼을 소득으로 잡는다. 6억원의 주택은 월 39만원, 10억원의 주택은 월 65만원의 소득 인정액이 더 잡히는 것이다.
또 본인 재산을 증여하더라도 증여한 재산은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소득인정액에 그대로 남는다. 2011년 이후 증여한 재산은 노인 단독가구 기준으로 월 199만원, 부부가구 기준으로 월 244만원씩을 차감한다. 즉 자녀에게 2억원을 증여하면 노인 단독가구의 경우 1년 뒤에도 199만원의 12개월치인 2388만원을 차감한 1억7612만원이 여전히 재산으로 잡힌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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