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물정 알았어야지.." 피해자 탓한 英 경찰 간부 논란
영국에서 30대 여성이 현직 경찰관에게 납치·살해당한 사건을 두고 한 경찰 고위 간부가 ‘희생자가 어리숙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가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2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노스요크셔 지역 경찰 업무를 총괄하는 필립 앨롯 지방치안위원장은 전날 인터뷰에서 “여성들은 경찰의 체포과정과 법률 절차를 더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세상 물정에 밝아야 한다. 피해자는 그렇게 항복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앨롯의 발언이 전해지자 각종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는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앨롯이 사건 발생 원인을 피해자인 사라 에버라드에게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직 경찰관이었던 범인 웨인 쿠전스가 에버라드를 체포하는 척하며 납치한 것을, 에버라드의 어리숙함 탓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트위터를 통해 “문제는 남성의 폭력”이라며 “여성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창의적 방법을 찾지 못해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노동당 국회의원 키어 스타머 역시 “이보다 더 부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라고 분노하며 앨롯의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운동가 루시 아널드도 “끔찍하고 모욕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찰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내게 주어진 권리와 법을 매우 잘 아는 나조차 자신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앨롯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써 사과했다. 그는 “나의 말이 무감각한 발언임을 깨달았다”며 “모든 발언을 철회하고 싶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발생한 사건 당시 에버라드는 런던 남부 클래팸 인근 친구 집을 떠나 약 50분 거리인 집으로 걸어오던 중 실종됐다. 이후 성폭행당한 뒤 끔찍하게 살해됐고, 범인은 현직 경찰관이던 쿠전스임이 밝혀졌다. 쿠전스는 코로나 방역규정 위반으로 에버라드를 체포하는 척 연기했고 수갑을 채운 뒤 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쿠전스는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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