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제철 과일 파는 이마트의 '비밀병기', 몸값만 1천억

김종윤 기자 2021. 10. 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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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맞춤형 습도·온도와 산소 비율로 신선도 유지
지난해 후숙고구마 첫 시도..3만박스 단기 완판
경기도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마트(사진제공=이마트)© 뉴스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 샤인머스캣은 10월에 접어들면 시설에서 노지 재배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수확이 대폭 줄어든다. 유통업계 바이어들은 최고 인기 과일로 떠오른 샤인머스캣 확보를 위해 전국을 뛰어다닐 정도다. 이마트는 다르다. 이미 수백톤의 물량을 경기도 이천 후레쉬센터에 상품별 맞춤 저장 기법으로 비축해 놨다. 이달 가을철 먹거리 행사에서 지난해보다 50% 늘린 240톤의 물량을 준비할 수 있었던 힘이다.

이마트가 '언제나 제철 식재료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는 꿈을 실현해 가고 있다. 농산물을 제철에 대량 매입해 가격을 낮추고 고품질을 유지하는 저장 기술로 보관해 연중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 바로 후레시센터다. 이곳에서 출하된 농산물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국 이마트 매장에 깔린다. 이는 '이마트=신선식품'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던 비결 중에 하나다.

◇ 2012년 1000억원 투입 축구장 7개 크기 후레쉬센터 조성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2년 1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이천에 후레쉬센터를 조성했다.

후레쉬센터는 지하1층 지상 5층 연면적 4만6535㎡로 축구장 7배 이상 크기다. 제철에 대량으로 매입한 농산물을 독자적인 저장 기술로 보관하는 곳이다. 현장 인력만 370명에 달할 정도로 이마트 신선식품의 심장 역할을 담당한다.

이마트는 계절과 날씨 영향으로 발생하는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레쉬센터를 짓기로 했다. 사계절 안정적인 가격과 고품질로 신선식품을 내놓는다면 이마트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레쉬센터의 핵심 기술은 CA(Controlled Atmosphere)로 불리는 첨단 저장 기법이다. CA는 저장고 내부의 산소(2~3%)와 이산화탄소(0.5~1.2%)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의 노화를 순간적으로 멈추게 하는 기술이다. 산소량이 줄면 숨을 적게 쉬게 되고 이에 따라 신진대사량 역시 감소해 노화가 늦춰지는 원리다.

문제는 제품의 특성과 입고 상태 조건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각 식재료들은 습도·온도뿐 아니라 적합한 공기 구성비가 다르다. 이마트 역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다양한 조건으로 저장을 유지하는 테스트를 거쳐 맞춤형 기술을 갖추게 됐다.

최근 후레쉬센터는 오프라인 이마트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던 비결로 손꼽힌다. 신선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 대세 속에서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직접 눈으로 신선도를 확인하려는 꼼꼼한 소비자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신선하고 저렴한 이마트의 신선식품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농산물은 매년 기후 변동과 그에 따른 작황에 의해 가격· 물량 등락은 불가피하다"며 "후레쉬센터와 독자적인 CA기술로 가격과 물량 안정화를 이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레쉬센터(이마트 제공)© 뉴스1

◇ "제철 지났는데… 이마트 농산물은 '언제나' 제철

이마트의 숙성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후레쉬센터에서 후숙한 호박고구마를 처음 판매했다. 고구마는 후숙하면 당도가 높아지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당시 시세보다 저렴하게 팔리면서 준비한 3만박스는 단기간에 소진됐다.

일반적으로 고구마는 10월부터 수확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후숙한 호박고구마는 11월 이후부터 판매된다. 이마트는 8~9월 햇 호박고구마를 매입하고 후레쉬센터에서 자체 후숙하는 방식을 택했다.

후레시센터의 역할을 연중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파프리카를 시중 대비 약 20%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이보다 한달 앞선 7월 200톤을 후레쉬센터에 비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파프리카는 여름에 접어들면 주요 산지인 강원도의 온·습도가 높아 출하량이 크게 줄고 시세가 급등한다. 이마트는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안정적인 가격에 파프리카를 판매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품 특성에 맞는 개별적인 후숙 기술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비시즌에서도 수확 시점에 가까운 품질과 신선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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