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50억' 곽상도 의원직 반납 이유 셋..국회 사퇴의 역사

곽상도 무소속 의원(재선, 대구 중·남)이 2일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논란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 6일만이다.
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안과 관련해선 어떤 말씀을 드려도 오해를 더 크게 불러일으킬 뿐 불신이 거둬지지 않아 국회의원으로서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려워 의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그동안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논란을 빚은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 재직한 아들의 퇴직금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곽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6년 동안 일한 뒤 대리 직급으로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령했다.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 전망은 기자회견을 예고한 전날 저녁부터 흘러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곽 의원께서 당에 누가 되지 않는 판단을 하실 것이라는 전언을 여러 경로로 듣고 있었다"며 "곽 의원님께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곽 의원이 자진 사퇴를 결심한 데는 '친정'인 국민의힘까지 등을 돌린 게 결정적인 단초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는 얘기다.
대장동 특혜 논란을 보면 처음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쏠렸던 관심이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논란 이후 국민의힘으로 넘어오면서 당에서도 곽 의원과 거리를 뒀다. 대선을 5개월가량 남겨두고 이번 논란으로 자칫 다시 부패정당의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읍참마속(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히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을 비유하는 말)으로 흘렀다는 분석이다.
곽 의원이 지난 9월26일 탈당한 뒤에도 국민의힘에서는 탈당 이상의 조치, 다시 말해 선제적인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가 "당 차원에서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의원직 제명 추진을 시사했고 강민국·박대수·박성민·백종헌·엄태영·정동만·최승재 의원 등 초선의원들도 공개적으로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를 비롯해 나머지 주자들 역시 "곽 의원이 스스로 거취를 빨리 정해야 한다"며 자진 사퇴 결단을 촉구했다.

같은 당 의원들의 일탈이나 비리 의혹이 터졌을 때 탈당한 뒤에도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부친의 세종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난 8월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던 윤희숙 전 의원에 대해선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당내 의원들이 만류하는 기류가 더 강했다. 아들의 무면허 음주운전, 경찰폭행 혐의로 윤석열 캠프 상황실장 직을 내놓은 장제원 의원의 경우에도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는 윤 전 총장이 사퇴를 반려했다.
국민의힘에서 앞선 사례와 다르게 강경대응한 것은 그만큼 32세에 불과한 곽 의원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이 미치는 파장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곽 의원 아들과 비슷한 나이인 2030 세대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아빠 찬스'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순실씨의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 논란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논란에서 그랬듯 공정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논란을 두고 다시 박탈감과 분노를 쏟아내는 분위기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 세대의 표심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사퇴 요구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30일 밤 긴급 최고위 소집을 두고 조수진 최고위원이 "탈당한 분(곽 의원)을 최고위에서 의결로 의원직 제명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발하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곽 의원이 뇌물 받은 정황이 있느냐는) 당신의 문자 그대로 들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해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곽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와 사위 서모씨 의혹 등을 집중 추적해 '저격수'로 불리다가 정작 자기 아들의 화천대유 연루 의혹에 휘말린 것을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곽 의원 입장에서는 '윤희숙 효과'를 돌파구로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같은 당 동료였던 윤 전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자 사퇴를 표명, 지난 9월13일 국회 본회의 의결로 의원 배지를 반납했다. 경찰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윤 전 의원의 부친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지만 윤 전 의원의 자진 사퇴는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야권에서도 '적절한 희생번트'였다는 평을 듣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누구보다 강도 높게 비판했던 만큼 말빚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긴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동안 정치인들이 보인 행태가 '부인-논점 흐리기-물타기-버티기' 등이었다는 점에서 윤 전 의원 개인에 대한 평가도 부친에 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와는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지난달 27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윤 전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날 서게 비판을 했던 분인데 자신이 알든 모르든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니까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라는 결기를 보였다"며 "대통령 자녀 문제를 물고 늘어졌던 곽 의원도 같은 맥락에서, 또 정권교체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곽 의원의 사퇴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21대 국회 들어 3번째가 된다. 윤 전 의원에 이어 대선 출마를 위한 배수의 진 성격으로 의원직을 던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퇴안이 지난 9월15일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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