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충만하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요

[[휴심정] 용수스님의 티베트불교 향기]

사진 픽사베이

업을 닦는 것은 불만을 닦는 겁니다. 불만이 있는 이유는 스스로 충만하지 못해서입니다. 우리는 늘 부족합니다. 사랑이 부족합니다.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아서, 사랑을 제대로 못 해서 사랑을 찾고 있어요. 삶은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사랑으로 건강해지고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사랑으로 자유로워져요.

태어날 때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의 욕심과 착각이 커져요. 부모는 자신의 희망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고 해요. 자식에 대한 희망과 걱정으로 사랑을 제대로 못 줍니다.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신을 스스로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불만이 생겨서 평생 불만으로 살아요.

어린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못 받으면 신 같은 존재인 부모를 탓할 수 없어서 자신을 탓해요.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에게 엄청 불친절해요. 자신과 사는 게, 조금도 봐주는 게 없는 무자비한 엄한 선생과 사는 것과 같아요.

부모에게 받은 사랑만큼 우리도 스스로 사랑할 수 있어요. 저는 엄마 없이 살아서 평생 엄마의 사랑을 찾고 있었어요. 연인에게서 찾았지만 결국 은사 스님에게서 찾았어요. 스승의 사랑으로 제 안에 있는 사랑을 발견했어요.

스무살 때의 첫사랑은 놀라울 만큼 좋았어요. 평생 찾고 있었던 사랑을 찾은 것 같았어요. 하지만 결국 헤어지고 크나큰 아픔이 남았어요. 연인과 헤어지면 아프고 당황스럽고 공포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몸도 아프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막막해요. 사랑에 대한 배신감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부모한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절망이 다시 살아나요.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신념이 깊어져요. 이 신념은 불만으로 나타나며 불만으로 신념을 증명하고 강화해요. 자신은 억울하고 사람들은 가혹하고 세상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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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찾고 있어요. 사랑이 필요한 아이입니다. 사랑을 찾고 있는 마음은 타당하지만 잘 못 찾고 있어요. 돈 욕심이 있는 것도 돈이 있으면 부족한 자신이 채워질 줄 알아서 그래요. 명예욕도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에요. 인정을 받으면 사랑이 채워지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명예가 무너지면 몹시 괴로워요.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이유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신이 충만하면, 사랑이 충만하면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죠. 사랑이 있으면 돈도 명예도 연인도 바라지 않아요. 바라는 게 없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겁니다.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요? 사랑을 찾기보다 사랑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를 버리세요. 그러면 본성의 사랑이 드러나요. 억울한 게 없을 때, 불만이 없을 때 사랑이 있어요. 마음의 자연 상태가 사랑입니다. 찾고 있는 사랑은 바로 자신입니다.

사랑으로 가는 길은 취약점을 다루는 겁니다. 상처에 공간을 주면 저절로 나아요.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있는 곳에 치유가 있어요. 모든 취약점을 드러낼 때 사랑이 있어요.

세상의 모든 안 좋은 것은 사랑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고,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은 사랑으로 생깁니다. 사랑이 있을 때는 감사가 있고 사랑이 필요한 모두에게 사랑을 줄 수 있어요.

용수 스님/세첸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