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연구진 "고함량 유산균, 코로나 환자 치료에 도움"..'불가리스 효과' 재평가?

김명지 기자 2021. 10. 3.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장내 면역 반응은 장시간에 걸쳐 형성"
"중환자 치료에 유산균 활용은 위험한 발상"
조선DB

건강기능식품으로 잘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장에 이로운 세균⋅유산균)가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되면 방역 체계는 확진자 관리에서 중환자 및 사망자 치료 중심으로 바뀌는데, 이런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환자 치료에 유산균을 활용할 가능성을 놓고 관심이 쏠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내 면역 반응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다”며 “생사를 오가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고함량 유산균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3일 학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자 대학 마크 트로이안니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고함량 프로바이오틱스가 코로나19 환자의 주된 증상인 설사 및 복통 등을 개선시켜 주고, 체내 산소 조절을 원활하게 해 줘서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논문 세 편을 발표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개선해 면역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한 70명의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함량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연구했다. 이들은 환자 70명 가운데 42명에게 약물치료만, 나머지 28명에게 약물치료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도록 병행했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한 28명은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도 덜했고, 호흡부전 증상도 대조군에 비해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환자실 입원 기간과 사망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2020년 7월 학술지인 ‘프론티어 인 메디슨’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올해 임상대상을 코로나19 중증환자 200명으로 늘려 고함량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재검증했다. 임상시험 구조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진행했고, 그 결과 약물치료만 환자와 비교해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한 환자군의 사망률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임상시험 대상자 가운데 약물만 투여한 환자는 30%가 사망한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한 환자는 11% 사망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환자군의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3배나 높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올해 1월 학술지인 ‘프론티어 인 뉴트리션’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다음에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어떤 성분이 사망률을 낮추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약물치료에 들어간 환자의 혈중 산소 지표를 치료 전후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병행 섭취한 환자군의 혈중 산소 지표(pO2, O2Hb, SaO2 )가 약물치료만 한 환자와 비교해 훨씬 높게 유지됐다. 이 결과는 뉴트리언트(Nutrient) 올해 8월호에 게재됐다.

이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코로나19의 주된 증상인 폐렴이나 폐부종 등 호흡기 치료는 적절한 산소 공급이 중요한데, 인체 혈중 산소 농도 조절에 프로바이오틱스가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는 호흡기 증상뿐만 아니라 설사, 복통 등을 일으키는데, 프로바이오틱스가 이런 부분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올해 초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역풍(逆風)을 맞은 남양유업의 주장이 완전히 허황된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77.8% 저감시켰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을 받고, 주가 급등락으로 영업정지와 경찰 수사 등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산균을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하거나, 예방 효과 등을 논하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장내 면역 반응은 장기적으로 형성되는데, 중환자 치료 목적으로 유산균을 쓴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프로바이오틱스가 치료제로 사용된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마 위원장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에게 고용량 유산균을 사용하게 되면, 그 유산균만으로도 환자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산소포화도를 어떻게 측정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중환자를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될 굉장히 위험한 실험이다”라고도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