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제값 주고 산 나만 바보된 느낌"..365일 할인 속사정 들어보니

신미진 2021. 10.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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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상시할인' 숨은 전략
다양한 색상 '2장 이상' 구매 비중↑
독보적 1위 없어..출혈경쟁 심화
젝시믹스. [사진 제공 =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신미진의 알쓸소비-21] "레깅스는 왜 365일 내내 할인을 할까." 요가 마니아 박 모씨(31)는 최근 레깅스를 구매하다가 문뜩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요 브랜드가 모두 레깅스 상품에 원플러스원(1+1) 할인을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제는 제값을 주고 레깅스를 사면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며 "과연 남는 게 있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7년부터 경쟁 불붙어

레깅스 업체들의 365일 할인 전략이 지속되고 있다.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에어코튼 시리 시그니처'와 '블랙라벨 시그니처 360N' 등 주요 레깅스 2장(1+1)을 3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가는 2장에 7만8000원이지만, 사실상 일년 내내 1+1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주요 레깅스 업체 중 1+1 할인 전략을 내세우지 않은 곳은 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이 유일하다.

1+1 판매 전략이 등장한 건 2017년 후반이다. 당초 안다르는 '원앤원(1&1)' 혜택을 내세웠다. 1&1은 디자인이 다른 레깅스 2장을 구매하면 20~30% 할인 혜택을 주는 것으로, 반값 할인인 1+1과는 차이가 있다. 이후 젝시믹스가 최대 80% 할인을 앞세운 '젝시데이'를 시작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결국 안다르는 1&1에서 1+1으로 판매 전략을 확대한다.

안다르 레깅스 1+1 판매. [사진 출처=안다르]
◆ 재고 부담 낮추려는 전략

레깅스 업체가 1+1 행사를 하는 이유는 재고 소진이다. BOGO(Buy One Get One) 마케팅으로 불리는 1+1 할인은 보통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할 때 사용된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레깅스 소재인 스판덱스는 열에 약해 세탁기를 사용하면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매 빈도수가 높다"고 말했다. 또 레깅스는 여러 색상을 함께 구매하는 것이 특징으로, 이를 고려하면 재고 부담이 높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면에는 출혈경쟁도 있다. 국내 레깅스 시장은 젝시믹스와 안다르, 뮬라웨어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젝시믹스의 지난해 매출은 1093억원으로 전년(555억원)대비 9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9억원에서 108억원으로 9% 늘었다. 다만 전년대비 2019년 영업이익 신장률(120%)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다소 꺾였다. 안다르의 경우 영업손실 규모가 122억원에서 89억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 출혈경쟁에 대기업 고전

계속되는 출혈경쟁에 대기업도 고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빈폴, LF는 질스튜어트와 라푸마 등을 통해 레깅스 등 애슬레저룩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개당 5만~10만원의 높은 가격 장벽에 인지도가 높지 않다. K2 '플라이 레깅스', 디스커버리 '플렉스 레깅스' 등 아웃도어 업체도 레깅스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제품군 확대에는 나서지고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레깅스도 프리미엄 라인을 선호하는 성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젝시믹스 관계자는 "전체 레깅스 매출의 55% 이상이 프리미엄 라인인 블랙라벨에서 나온다"며 "이에 맞춰 연구개발(R&D) 인력과 투자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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