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웹툰 플랫폼 장악한 카카오..작가들 "독식 우려"
우리나라 문화 산업의 핵심 축이 된 '웹툰' 연 1조가 넘는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고 미래도 밝습니다. 하지만 창작의 출발점인 작가들은 카카오가 플랫폼과 제작까지 모두 장악한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플랫폼 경제의 이면을 다루는 매트릭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웹툰 매출 1위인 카카오 페이지.
인기 상위를 살펴보면 대다수가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김병철/웹툰 이야기 작가 : 작가들 사이에서는 카카오 페이지에는 로맨스 아니면 아예 내지를 말아라. 낼 수가 없다는 거죠. 아예 안 받아 주니까.]
한 작품이 흥행하면 비슷한 작품이 많아지는 현상도 강해졌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인생을 반복한다는 '회귀'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작품이 쏟아집니다.
전생 딸 비서 이런 키워드로 검색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병철/웹툰 이야기 작가 : 잘 팔리는 작품에 '그 세계에서 헌터가 돼서 뭐 한다' 이런 게 있으면 이야기가 어쨌든 다 헌터가 돼야 한다는 거죠.]
작가들은 과거 한국 만화시장이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80년대 '만화방 만화', 2000년대 '잡지 만화'가 몰락할 때와 지금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조성황/웹툰 제작사 대표 : 조폭에 대부분 꽂혔어요. 조폭 만화가 주류를 이뤘어요. 다양성이 사라진 거죠.]
[김병철/웹툰 이야기 작가 : 20년 전에 '원피스' 같은 거 가져오라고 했다면 지금은 게임판타지 가져와라.]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김병철/웹툰 이야기 작가 : 획일화돼서 (장르가) 한 종류로 가다 보면 독자들은 질려버리죠.]
일본 등 해외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웹툰 시장에 뛰어 들 경우 우리 웹툰의 경쟁력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조성황/웹툰 제작사 대표 : (일본의) 작화 기본기는 정말 무시할 수 없어요. 그런 스타일은 유행이 지났는데 머물러 있는 게 문제죠.]
작가들은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수익 배분구조가 작품의 획일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웹툰 시장의 초창기 웹툰 플랫폼은 작가와 직접 계약을 맺었습니다.
시장이 점차 커지며 작가 관리와 작품 기획을 중간 제작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제 90%가 이런 형태의 계약을 맺습니다.
이 두 단계에 걸쳐 수익을 배분하다 보니, 작가 입장에선 같은 일을 해도 수익이 더 낮아졌습니다.
카카오 같은 거대 웹툰 플랫폼은 여러 제작사를 자회사나 지분 형태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유통과 생산을 모두 소유하는 구조인데 카카오 계열사에 배분되는 수익은 이렇게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이런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김동훈/웹툰작가노조 대표 : 저축이 가능할 정도로 수익을 유지하는 작가님들이 많지 않아요. 이런 작품을 해주세요.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죠.]
웹툰의 생태계가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영상디자인 : 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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