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 기승에 거래소 사이버 경보 32번 울려

홍준기 기자 2021. 10. 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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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홍준표 의원 테마주로 거론된 회사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한국거래소가 사이버얼럿을 3차례 발동했다. /뉴시스

올 들어 온라인상의 소문 때문에 ‘대선 테마주’ 등의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이들 주식을 샀다가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나올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가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온라인상의 소문과 관련해서 ‘사이버얼럿(cyber alert)’을 32차례 발동했다. 한국거래소는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온라인 게시글이 최근 5일 평균보다 3배 이상 늘면서 주가가 급등한 기업의 주식을 ‘풍문 관여 종목’으로 지정하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사이버얼럿’을 발동한다. 9월에는 ‘홍준표 테마주’로 분류된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거래소의 경보가 세 번 울렸다.

연도별 사이버얼럿 발동 건수 /자료=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한국거래소

◇9월엔 ‘홍준표 테마주’ 대상 발령

사이버얼럿 제도는 2017년 도입됐다. 그해 대선이 있었는데, 사이버얼럿이 39번 발령됐다. 사이버얼럿은 대부분 정치 테마주의 주가 급등 때문에 발령된다. 사이버얼럿 발령 건수는 2019년에는 6회로 줄어들었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정치 테마주가 고개를 들면서 발령 건수가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총 32건 발령됐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연말에 추가로 사이버얼럿이 발령될 경우 2017년의 최대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올 들어서는 대부분 대선 주자 관련 소문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대상으로 발령됐다. 가장 많은 16건이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소문으로 주가가 급등한 경우였다. 또 다른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된 사이버얼럿 발동 사례는 11건이었다.

이달 들어서는 ‘홍준표 테마주’ 3건을 대상으로 사이버얼럿이 발동됐다. 나머지 2건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관련이었다.

사이버얼럿이 발동된 사례를 주가 급등의 단초가 된 소문의 '키워드'로 분류한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선주자들과 관련된 소문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대선 테마주다. /자료=한국거래소

◇”성씨 같다”는 식 뉴스에 주가 오르는 테마주

대부분 테마주는 대선 주자 등 정치인과 회사 인사가 ‘같은 성씨다’ ‘대학 동문이다’ ‘친분이 있다’는 식의 소문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다. 사이버얼럿 발동과 함께 거래소는 회사 측에 ‘해명’을 요구한다. 그럼 대부분 회사가 ‘특별한 친분이 있는 관계는 아니다’ ‘사업적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한다.

9월에 대선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관련이 있는 회사라고 분류돼 주가가 오른 한 회사는 “홍준표와 당사는 아무런 사업적 관련성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대표가 홍준표 의원과 같은 ‘남양 홍씨’라는 뉴스에 주가가 오른 다른 회사도 “과거 및 현재 당사의 사업과 홍준표 의원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사외이사가 홍준표 대표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오른 회사도 비슷한 해명을 내놨다.

현재는 회사 측이 해명한 이후에도 주가가 주가 급등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내년에 대선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 테마주들의 주가가 급락할 여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두현 의원은 “정치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급락하면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있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주가 급등을 제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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