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많은 옷 야하다구요? 다 이유가 있답니다"..폴댄스 14년차 전문가 얘기 들어보니 [인터뷰]

방영덕 2021. 10. 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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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인바코리아]
[사진 제공 = 인바코리아]
지름 4.5cm의 봉에 대한 관심이 요즘 뜨겁다. 길이는 천장 높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이 봉의 용도는 다름아닌 '폴(pole) 댄스'를 위한 것. 과거 봉춤 섹시춤 클럽춤 등으로 불렸던 폴댄스가 젊은층 사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솔로로 데뷔한 블랙핑크 리사는 뮤직비디오에서 폴댄스를 과감히 춰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이, 여자친구 유주, 마마무 솔라 등 연예인들 역시 폴댄스를 취미로 즐기는 모습이 각종 매체를 타며 종종 화제가 된다. 연예인은 물론 일반 젊은이들까지 푹 빠진 폴 댄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폴 댄스 강사로 14년차 경력을 자랑하는 명세영(42·사진) 폴댄스M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폴댄스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현재 국제피트니스스포츠협회 회장과 MUSCLE & FITNESS 수석 편집장 등을 함께 맡으며 폴 댄스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 중력 거스르는 폴 댄스..."엔돌핀 아드레날린 마구 나와"
[사진 제공 = 인바코리아]
지난달 29일 비가 추적추적 내린 이른 아침, 폴댄스엠 홍대점 스튜디오에서 명 대표를 만났다. 처음 그의 모습을 보고 기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신 타투는 둘째치고, 임신 8개월차 임산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루 4~5개 개인 교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무리는 전혀 없고요. 각종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전 출산하러 가기 전 날까지도 폴 댄스를 가르칠 거에요." 명 대표가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에 등장하는 폴 댄스를 본 게 다 인 기자가 폴 댄스 매력에 대해 묻자 그는 일종의 중독성을 꼽았다.

"폴을 잡고 춤추는 동안에는 체내에서 우리가 기쁠 때 분비되는 베타 엔돌핀이 마구 나와요. 동시에 아드레날린 수치도 높아지죠. 우리 몸의 활동 에너지를 높여주는 두 호르몬에, 어려운 폴 댄스 동작을 해냈을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폴 댄스를 끊을 수 없게 만듭니다."

폴 댄스는 성패가 즉시 갈리는 운동이다. 폴을 잡고 매달려 있거나 아니면 바로 쿵하고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다. 성과가 확실히 드러나는 운동이다보니 도전의식이 높은 젊은층일수록 열광한다.

전신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는 동시에 몸의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명 대표는 "중력을 거슬러 자기가 자기 몸을 들어 올려야 하는 폴 댄스는 그야말로 전신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이라며 "팔 힘만으로 버티다가는 부상을 당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 효과에도 좋다. 그는 "폴과 피부와의 마찰을 이용하다보니 전신에 멍이 자주 드는데, 이는 그만큼 지방층을 분해하고 스트레칭으로 몸의 유연성을 키워 다이어트 목적으로 많이들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다양한 매력 덕분에 애프터스쿨, 이엘, 안현모, 이상미, 박서연, 가인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그에게서 폴 댄스 트레이닝을 받았고, 가장 최근에는 미스터트롯 폴 댄스 안무가로 활약했다.

◆ 노출 과한 옷 왜 입어야만 하나..."폴에 피부 마찰력 이용해 버티는 운동"
[사진 제공 = 인바코리아]
명 대표는 20대 때 다이어트 강박관념에 거식증, 폭식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당시 키 162cm에 몸무게가 38kg까지 내려갔다. 의상학과를 졸업해 패션기업에 다녔던 그는 몸도 마음도 점점 피폐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겁이 덜컥 났다.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잠시 일을 내려놓고 떠난 일본 여행길에서 폴댄스를 처음 접했다. 그의 운명을 바꿔 놓은 여행이었던 셈이다.

무작정 폴댄스 강사의 길을 걷겠다는 딸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는 엄청났다. "자기 딸이 홀딱 벗고 춤추겠다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 있겠어요. 머리채까지 휘어잡혔습니다. 게다가 저희 부모님 두 분은 국악을 전공해 더욱 이해하시기 힘들어하셨죠."

그럼에도 그는 폴 댄스 강사로 전향했고 이 길만 14년째 걷고 있다. 2009년 국내에서 처음 폴 댄스를 배울 때만해도 건물 지하에서 쇠파이프를 박아놓고 하는 곳이 많았다. 비오면 물이 주륵주륵 흐르고, 학원 근처에 '바바리맨'도 종종 출몰했다고 명 대표는 말했다.

폴 댄스하면 '야한 복장'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이 운동을 하려면 거의 비키니 수준으로 노출을 한 옷만을 입어야만 하는 것일까. 명 대표는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폴 댄스를 할 때 짧고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명 대표는 "폴 댄스는 근력과 피부와의 마찰로 폴에서 버티는 운동"이라며 "때문에 폴에 닿는 피부의 면적을 최대화하려면 그만큼 노출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폴 댄스 학원..."옥석 가려야"

현재 인스타그램에 폴 댄스, 폴 댄스 의상 등으로 검색시 이미 70만개에 육박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댄스와 스포츠가 결합된 취미 활동의 하나로, 폴을 이용해 신체의 아름다운 선을 표현하는데 심취한 이 등 폴 댄스를 하는 다양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동시에 어느 학원을 다니며 폴 댄스를 배운다는 광고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시물들이 넘쳐난다.

명 대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260여곳에 달하는 폴 댄스 교습소가 있다. 홍대 근처에만 8군데다. 폴 댄스가 유행한 유럽과 미국, 하와이, 일본 등에서는 1~2군데에 불과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제가 하와이, 미국 라스베거스, 일본, 영국 런던 등에 폴 댄스 교습소를 찾아가 배워본 적이 있어요. 모두 다 폴 댄스 역사가 우리나라 보다 깊지만 정작 이를 가르치는 곳은 1~2군데밖에 없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광고도 안하고 연락처도 없어서 어렵게 어렵게 메일로 컨택해 찾아갔는데, 글쎄 런던 교습소에서는 아예 폴을 잡지 못하게 했고, 일본에서는 스트레칭만 주구장창 시키더라고요. 자신의 하체와 코어 근육만으로 폴을 잡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거죠.."

한 동작을 완성하는데 1년씩 걸리는 게 정상이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폴 댄스 선진국들의 모습에 그는 감탄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폴 댄스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최근 우후죽순격으로 폴 댄스 학원들이 생겨 비전문가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아요. 처음부터 수백만원 돈이 드는 전문가교육 과정 등록을 유도하는 곳들이 생겨나고...옥석을 가려낼 필요가 분명 커지고 있어요." 명 대표가 운을 뗐다.

이어 말했다. "처음부터 너무 잘한다고 호응 해주며 각종 폴 댄스 대회에 나갈 것을 추천하는 학원은 피하는 게 좋아요. 학원 연혁과 강사의 프로필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죠. 사실 필라테스나 요가와 마찬가지로 폴 댄스 강사들의 국가 자격증이라는 것은 아직 없어요. 강사마다 교습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그럴수록 해당 강사가 다양한 자격증을 가지고 다양한 운동 경력이 있는지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는 현재 유튜브 '명세영TV'를 통해 폴 댄스시 입기 쉬운 부상을 막고 보완해주는 이른바 '교정 폴 댄스' 관련 130여개 동영상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재를 국내에서 처음 출간하기도 했다.

"제가 10년 이상 노하우를 담은 '교정 폴댄스'를 처음 만들었는데 폴 댄스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전히 폴 댄스 하면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부정적인 시선 느껴지는 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체계적인 교육과 건강미로 대중들에게 다가설 거에요."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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