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빠른' 인사에 담긴 의미
내년부터 M&A 본격 시너지..전략 미리 준비
백화점 부문 변화..이마트 부문은 '안정' 택해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10월에 임원 인사를?
점심 약속이 있어 시내로 나가던 길에 팀 후배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신세계가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는 보고였습니다. 문득 생각해 봤습니다. '10월인데 갑자기 인사를?'하는 생각이 들었죠. 대기업들의 인사는 대부분 연말쯤에 몰려있습니다. 그래서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사 내용에 대한 보고도 올라왔습니다. 정식 발표가 나지 않은 것이니 참고 정도만 하고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기자들에게 출입처 인사는 무척 중요한 사안입니다. 누가 집에 가고 누가 새로 오는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기업의 인사에는 그 기업의 향후 전략과 방향 등이 어느 정도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업이 어디에 방점을 찍는지, 어디를 강화하려고 마음먹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 내용이 발표되면 그 많은 명단들을 꼼꼼히 챙겨 보곤 합니다.
신세계의 인사 내용은 생각보다 금세 나왔습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메일을 열어봤습니다. 솔직히 크게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특이한 점은 몇 군데 눈에 띄었지만 무언가를 확 바꿨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일단 내용을 파악한 후 점심 자리에 갔다가 다시 메일을 열어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보니 신세계가 어떤 방향을 잡았는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겠더군요.
이번 신세계 인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속도'입니다. 예년에 비해 임원 인사를 앞당겼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2019년 파격적인 인사를 하면서 인사 일정을 앞당긴 적이 있습니다만 신세계기 이처럼 일찍 임원 인사를 단행한 적은 없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신세계와 이마트가 따로 진행했던 임원 인사를 이번에는 통합해서 진행했습니다. 얼핏 별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내년 전략 일찍 짠다
일단 임원 인사를 일찍 실행했다는 것은 조직을 빨리 정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연말에 인사를 하면 안 좋은 점들이 더 많다"며 "새로 보직을 맡고 업무를 파악하는 데에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이미 상반기가 거의 끝나간다. 이제 일이 좀 손에 익는다 싶으면 인사철이 임박해있다. 계획을 제대로 실행해 보지도 못하고 인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세계가 10월에 인사를 단행한 것은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하루라도 빨리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번에 새롭게 자리를 맡은 사람들은 내년 사업 계획을 일찍 짜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겁니다. 신세계가 이처럼 속도를 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신세계가 벌여놓은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세계는 올해 그 어느 유통 업체들보다도 바쁜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고 야구단도 인수했습니다. W컨셉도 품었죠. 아마 신세계가 한 해가 채 가기 전에 이렇게 많은 인수 합병을 한 적은 없었을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네이버 등과도 손을 잡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런 외형적인 틀을 만들었다면 내년은 이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하는 해입니다. 하드웨어를 갖췄으니 이젠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돌려야 하는 시기인 겁니다. 내년부터 서서히 인수한 곳들과의 시너지를 내려면 미리 조직을 정비하고 요소요소에 그에 필요한 인물들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신세계가 예년보다 빠른 인사를 통해 가져가려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눈에 띄는 포인트
이번 신세계 인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백화점 부문은 상당한 변화를 준 반면, 이마트 부문은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당초 공식 발표 전에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겸직하고 있던 SSG닷컴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마트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은 현재의 체계에 만족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흔들기보다는 안정을 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백화점 부문은 좀 다릅니다.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까사, 신세계백화점의 수장이 바뀌었습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세계의 새 수장이 된 손영식 전 신세계디에프 대표입니다. 손 대표는 신세계디에프를 국내 면세점 빅 3 반열에 올려놨던 인물입니다. MD업계의 거물로 통하기도 했죠. 하지만 작년 코로나19로 면세점 실적이 급락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그러다 이번 인사로 1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그것도 신세계의 대표로 말이죠. 업계에서는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신임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만큼 손 대표에게 많은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인사는 최문석 신세계까사 대표입니다. 최 대표는 이커머스 전문가입니다. 버거킹 한국 지사장과 이베이코리아 부사장, 써머스플랫폼 대표, 여기어때컴퍼니 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위기 때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위기를 돌파해왔습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강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로 일하다 이마트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파격적인 인사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죠. 강 대표는 부임 이후 코로나19 후폭풍으로 휘청이던 이마트를 정상화시켰습니다. 이후 SSG닷컴 대표도 겸직하면서 신세계의 온·오프라인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최 대표 선임도 강 대표의 성공 사례를 참작했을 겁니다. 이커머스 전문가인 만큼 향후 신세계까사의 온라인 공략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큰 변화는 없지만 이번 신세계의 인사에는 분명한 방향이 있습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준비를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잘 되는 곳은 안정을 택하고 새롭게 치고 나갈 부분에는 변화를 줬습니다. 과연 내년에 신세계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무척 궁금해집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