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제보자에서 용의자로..김씨는 누구인가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2021. 10. 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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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제공

2일(토) 밤 11시 10분 방송될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관련 제보자로 나선 이후 오히려 용의자 신분으로 검거된 김모씨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8월 18일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의자 김씨가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됐다.

고 이승용 변호사는 지난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 북초등학교 인근 자신의 차량에서 피살당한 채 발견됐다. 그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감과 약자들을 위한 배려심이 가득한 검사 출신 변호사였다.

이 사건은 안타깝게도 당시 범인을 찾지 못하고 미제로 끝났다. 사건이 발생한 뒤 약 21년 9개월, 일수로는 무려 7958일 만에 용의자 김씨가 검거된 셈이다.

김씨는 캄보디아에 불법체류 중이던 지난 2019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제보했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며 제작진을 만났고 범행과 관련한 인터뷰에도 응했다.

사건 당시 제주 폭력 조직 유탁파 행동대장이던 김씨는 두목으로부터 "이승용 변호사를 혼내주라"는 지시를 받은 뒤, 다른 조직원인 '갈매기'에게 이 지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을 위임받은 '갈매기'가 우발적으로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김씨 자백을 심층 분석하는 등 해당 사건을 두 차례에 걸쳐 방송했다. 그런데 제작 과정에서 만난 범죄심리학자들은 제보한 김씨가 이 변호사 살인 사건 현장에 있었을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제작진은 "이러한 내용이 방송된 뒤 수사기관에서 협조 요청을 해 왔고, 제작진이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수사가 새롭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첫 방송 직후 제작진과 통화에서 김씨는 범행을 부인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소시효 다 지났고 뭐했고! 내가 죽였다고 내가, 내가 범인이라고 해도 지금 나를 처벌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 피의자 김씨

실제로 지난 1999년 11월 5일 발생한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 4일까지였다. 김씨는 사건 공소시효를 철저히 계산한 뒤 자백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방송 이후 인터폴에 적색수배됐고, 결국 지난 6월 캄보디아 시소폰 검문소에서 체포됐다.

어렵사리 검거된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자백과 부인을 반복하면서 진술을 여러 번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약 22년간 미제로 남아 있으면서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검찰은 그의 범행을 확신했다.

"지금 가장 강력한 증거는 그 방송 화면이에요. 방송에다 대고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고 나온 거잖아요. 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합니다." - 도진기 전 부장 판사

제작진은 "전문가들은 김씨가 카메라 앞에서 직접 진술한 인터뷰 내용 그 자체가 유력한 증거라고 봤다. 김씨와 이야기를 나눈 촬영·녹음 파일은 16시간 분량에 달한다"며 "그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에 관한 그의 진술이 예사롭지 않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부검 결과 이승용 변호사는 흉기로 공격당한 것으로 나왔다. 범인이 사용한 흉기는 웬만한 것으로는 뚫기 어려운 흉골을 지나 심장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김씨는 제작진과 인터뷰 도중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얇고 좁게 갈아낸 칼이라고 설명하면서 손수 그림까지 그렸다"며 "그 모양은 놀랍게도 시신에 남은 상처의 형태와 매우 흡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재 도중 어렵게 만난 제보자들을 통해 김씨가 이와 비슷한 칼을 갖고 다녔다는 목격담을 접했다.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김씨로부터 그 칼을 이용해 직접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며 "김씨로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김씨가 자신의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캄보디아 현지 취재·주변 탐문을 통해 피의자 김씨의 행적을 파헤치는 데 주력한다. 제보자들 증언을 토대로 김씨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3D 애니메이션과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22년여 전 사건 현장도 과학적으로 재현하고 분석할 예정이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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