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人이즈백] 가장 화려했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퍼펙트 테란' 서지훈
(MHN스포츠 권성준 기자) 수많은 프로게이머 중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당대 최강이었던 선수부터 팀 에이스로 꼽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특기인 플레이 스타일을 가졌지만 한편으로 약점인 부분도 존재했다.
최고라고 불린 선수들은 한 줌에 불과하지만 그중 모든 부분에서 완벽했던, 약점이 없던 선수는 정말 드물다.
이번에 만난 선수는 완벽함으로 정상에 있었던, 약점이 없는 정석 게이머의 상징 '퍼펙트 테란' 서지훈이다.
- 안녕하세요. 최근 근황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은퇴 이후에 게임단 사무국에서 프런트로 근무를 하다가 퇴사를 하고 이후로 개인 사업을 했습니다. 개인 사업을 한 지 5년 정도 됐고요 지금도 개인 사업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 지금은 프로게이머에 지망하는 사람이 많지만 데뷔하셨을 시기에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자리 잡기 이전이었습니다. 쉽지 않을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데뷔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사실상 없어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군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요. 게임이 그냥 나한테 너무 재밌고 '이거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열심히 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명칭을 붙여주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 같아요.
- 현역 시절 4대 테란으로 꼽혔고 아직도 초창기 테란의 상징적인 선수로 많은 분들이 떠올려 주고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위치에 있으셨는데 이런 위치에 있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추구하는 게임의 방향이 한 치의 오차도, 0.1g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런 꼼꼼함을 추구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게임 잘 아시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모든 게임을 보면 제가 빌드 오더 같은 것도 한 치의 오차가 없어요. 심지어 건물 짓는 심시티 위치까지 똑같이 하는 편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약간 좀 꼼꼼한 스타일로 게임을 했던 것 같아요.
- 말씀하신 부분과 연결되는 부분으로 현역 시절 별명이 '퍼펙트 테란'입니다. 모든 방면에서 약점이 없는 플레이로 유명하신데 이런 플레이를 선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그냥... 연습을 하다 보면 저한테 제일 잘 맞는 것을 찾게 되잖아요? 이게(꼼꼼한 스타일) 제일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초반 승부를 잘하는 스타일을 가진 전략적인 선수가 있고... 전략에도 중반 승부, 후반에 한방으로 들어가는 그런 승부를 보는 선수들도 있어요.
저는 종합적으로 초반 승부형은 아니었고 중후반 운영형 스타일이죠. 물량을 뽑아내서 상대를 압살하는 스타일로 (게임을) 했었어요. 초반에 승부 내는 것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제 '그런 것도 좀 했어야 됐나?' 후회를 하기도 했는데 이미 시간은 다 지났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가끔 하기는 하죠.
- 게임적으로 유명했던 일화가 게임에서 승리하고 나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도 했고 같이 경기했던 선수들의 게임에 대한 평가가 게임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감정이 없는 게임을 추구했었던 건가요?
약간 제 개인적인 성향도 어렸을 때부터 감정 표현을 풍부하게 안 하는 스타일이었고 거기에 더해서 팀 내 분위기도 약간 독서실 분위기를 선호했어요. 어떤 팀은 연습하면서 서로 장난도 치고, 내기도 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이런 스타일의 팀이 있는 반면에 제가 소속돼 있던 팀은 떠들면 감독님한테 혼나는 그런 스타일의 분위기였어요. 이 두 가지가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 실제로 'CJ 엔투스'가 그런 분위기의 팀이었던 것으로 유명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간에는 "서로 인사도 안 한다" 이런 얘기까지 도는데 그건 아니고요 팀의 분위기가 조용한 분위기였어요. 연습실에서는 조용하고 연습실 벗어나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 그래서 CJ 엔투스와 잘 맞으셨던 건가요? CJ 엔투스의 전신이 됐던 GO 팀 시절부터 시작해서 '공군 ACE' 이후에도 같은 팀에 계시고 CJ에 입사도 하셨습니다. 팀에 대한 애정이 깊었나요?
저는 애정이 깊었죠. 팀에 대한 애정이 많았고 제가 CJ의 전신이었던 GO 팀부터 해서 CJ로 창단되기까지 창단 멤버이기도 했고요. 또 팀이 무보수, 연봉이 없던 팀에서 연봉을 받는 팀으로 되게끔 저도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팀에 계속 버티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팀에 애정이 있는 편이죠. 지금은 CJ가 없어져서 너무 아쉽습니다. 제가 사무국을 그만두니까 바로 없어지더라고요. 1~2년 있다가 바로 없어졌어요. 롤 팀이 망하고 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 개인 리그 성적도 출중하셨지만 테란 최초로 올킬을 하는 등 팀 리그에서 더욱 강했습니다. 유독 팀 리그에서 강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팀 리그 특성상 매 경기 뭔가 전략적인 준비를 하기가 어렵거든요. 왜냐하면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내가 어느 맵에 나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경기를) 나와요. 그런 상태에서는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들이 승률이 더 높아요. 최연성 선수라던가 저 같은 스타일이 그래요. 그래서 승률이 높았던 것 같아요. 저는 기본기가 출중한 스타일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 팀 리그와는 별개로 팀플레이에서는 약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약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것도 제 성향인 것 같아요. 제 성향상 (게임을) 내 중심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팀플은 우리 팀원들을 살펴보면서 같이 조합을 맞춰가야 하는데 성향이 그렇지 않다 보니까 혼자서 2:1을 이겨보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2:1을 이긴 경우도 많이 있는데 보통 팀플은 2:1 상황이 많이 발생 안 하니까... 그냥 많이 졌죠. 저랑 좀 안 맞았던 것 같아요.
- 양대 리그 본선에 10회 이상씩 진출할 정도로 꾸준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전에는 본선 진출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롱런할 수 있던 비결은 뭔가요?
진출만 잘했죠. 이것도 마찬가지예요. 기본기가 출중하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쉽게 가요. 그런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 2003 Olympus 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 5세트 홍진호와의 경기가 서지훈의 완벽함을 상징하는 경기로 남아있습니다. 불리한 상황을 완벽한 운영과 드랍쉽으로 타개하는데 어떻게 역전을 준비했었나요?
그냥 상황에 따라서 맞춰가는 거죠.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연습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진호 형 스타일도 충분히 분석이 돼 있었기 때문에 연습한 대로 다 됐던 것 같아요. 1차전에서 재경기가 일어났었어요.
어쨌든 간에 결과론적으로는 '노스탤지아'에서 3번 경기를 했었고 전략적인 승부를 하기가 어렵죠. 전략적인 카드를 3개나 준비할 수는 없거든요. 결국에 기본기 싸움이 됐고 그렇게 흘러갔죠.
- 서지훈 선수를 상징하는 장면이 2003 Mycube 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 B조 5경기 박경락과의 경기에서 등장한 레이스 산개 장면입니다. 상대방 오버로드 드랍을 찾기 위해서 산개하셨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좀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있었나요?
패러독스인가요? 섬 맵에서 했었죠. 맵을 다 밝히려고 산개를 했었어요.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옵저버 분이 그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포착을 하셨더라고요.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그 옵저버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연출을 잘 하셨죠. 딱 그 타이밍에 그 장면을 찍으시더라고요.
- 공군 ACE 시절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2라운드에서 당대 최강 테란이었던 정명훈을 마패 관광까지 보이면서 꺾으셨습니다. 유독 T1 테란에게 강한 면모를 많이 보여주셨는데 T1 테란에게 강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딱히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희한하게도 T1 분들은 저한테 감정이 안 느껴지신다고 하는데 저는 감정을 엄청... 엄청 쫄면서 하거든요? 누구든 간에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T1 테란들이 기본기 + 전략, 기본기 위에 전략을 올려 쓰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전략적인 대처에 좀 강해요. 제가 모르는 것을 당했을 경우에는 당황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그럴 때는 많이 지기도 했는데 T1 전략들은 어느 정도 제 상상의 범위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선수 시절에 이뤄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메이저 리그 우승을 한 번 밖에 못해봐서 아쉽죠. 여러 번 했었으면 제 인생이 조금 더 달라졌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농담입니다.
선수 커리어상 저는 제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메이저 리그 우승을 여러 번 할 것 같았는데 인생이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밖에 못 했던 게 제일 아쉽죠.
- 2004년 스카이 프로리그 오프닝에서 카메라 밟는 장면이 역대 프로리그 오프닝 1위로 꼽힙니다. 해당 장면이 탄생한 일화에 대해서 말해주실 수 있나요?
모르겠어요. 그때 오프닝 촬영을 또 따로 하신다고 그랬어요. 그때 프로리그가 워낙에 제작비도 많았었나 봐요. 온게임넷이 제작비가 많던 시절이라 밖에서 장소를 따로 잡으셔서 촬영을 했어요. 차도 이상한 특수 차량을 대절을 하셨어요. 거기서 "위에 가서 밟아라"해서 "아 네 밟겠습니다" 하고 밟았죠. 그러고 되게 잘 만들어 주셨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보고 있을 팬들에게 남길 말과 인사 부탁드립니다.
일단 예전에 게임했던 것들이 있다 보니까 제가 은퇴하고도 일상생활을 할 때 종종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저한테 도움도 많이 주시고 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 게임하고 은퇴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잘 살지만 좀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요즘에는 워낙에 초연결 사회다 보니까 옛날에 이름에 알려진 사람들은 이후에도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모든 행적들이 다 나오니까요. 제가 혼자서 생각한 것은 좀 잘 살아야겠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런 (안 좋은) 모습은 안 보여야겠다 이런 생각을 좀 해요. 그게 어떻게 보면 '게임판을 좀 더 건설하게 유지시키는데 기여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은퇴한 친구들이 자꾸 이상한 사건에 연루되고 하면 게임판에 대한 어떤 네거티브가 될 수 있잖아요. 사람들 인식이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 "게임하던 애들은 왜 저러냐?" 저는 이런 얘기 듣는 게 너무 싫거든요. "게임했던 친구라서 더 잘 돼" 이런 얘기를 듣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도 그런데 일각이라도 제가 기여를 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심플릭'이라는 브랜드고 10월쯤에 출시합니다. 제가 출시하면서 옛날 동료들이나 후배들 통해서도 홍보를 기획하고 있으니 나오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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