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쏘아올린 '개 식용' 공론화, 언론 보도는 어땠나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 2021. 10. 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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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인사이트]

[미디어오늘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

'스피치 인사이트'는 국내 언론이 인용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발언과 국내 대중 여론의 SNS를 분석하여 그들의 발언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통해 현재 사회의 이슈가 왜 화제가 되었는지를 분석하며 대중 여론이 해당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해당 이슈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9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 이후,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언급했다고 브리핑했다. 사실 나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이미 2017년 대선 당시 '개 식용에 대한 단계적 정책을 수립하여 축소할 것'이란 공약을 내놓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오히려 국회에서는 개 식용 금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다. 2020년 12월30일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하여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하는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개 식용업 등을 하는 자가 폐업 신고 및 업종전환을 하는 경우 폐업 및 업종전환 등에 따른 지원금 지급 등 필요한 지원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여 관행처럼 지속되어 온 개 식용 문화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법안도 그대로 멈춰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한마디는 의미가 크다. 공약 이후 빠른 실행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아쉽지만, 공약 당시의 '개 식용 금지에 대한 단계적 정책을 수립하여 축소할 것'이라는 표현에서 '금지를 신중 검토할 때'로 한보 더 나아갔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45개 단체도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언론이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대통령 표현대로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언론이 현실과 법과 여론을 정확하게 살펴서 보도해야 하고, 그 보도를 통해서 국회와 정부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보도량만으로는 언론의 관심은 적지 않아

실제 언론보도는 어땠을까. 네이버 뉴스에서 언론보도 본문에 '개', '식용'이 들어간 보도량을 살펴보면 9월27일에서 29일까지 총 313건 가량이었다. 이중 발언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스피치로그'(발언정보 소셜 빅데이터 분석 기업)를 통해 관련 보도를 추출해 보았다. 9월27일에서 28일까지의 언론보도 본문에 '개', '식용'이 들어간 보도는 127건이였다. 네이버 검색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252건) 스피치로그 분석대상 언론 중 개 식용 관련 보도량은 <표1>과 같다.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언론사는 머니투데이 11건, 이데일리 9건이었다.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조선일보 6건, 방송사 중에서는 MBN 5건이 가장 관심이 높았다.

▲ 표1) 본문에 '개', '식용'이 들어간 보도량 (9월27~28일 스피치로그 검색)
▲ 그림1) 본문에 '개', '식용'이 들어간 보도량 (9월27~28일 스피치로그 검색)

보도량이 많고 적음의 절대적 기준은 상대적이지만, 대통령 발언 한마디를 둘러싼 논쟁 치고는 적지 않은 보도량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모니터 기간 중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수집되지 않았기에 보도량은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매체 유형별로도 고르게 관심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찬성 발언이 많이 인용돼

스피치로그를 통해 '개 식용 금지' 발언 분석 결과에 대해서 확인해봤다. 본문에 '개', '식용'이 들어간 기사들의 주요 인용 발언자와 주요 발언 추출을 살펴보면 <표2>와 같다.

▲ 표2) '개', '식용'이 들어간 기사의 주요 인용 발언자 및 주요 발언 (9월27~28일 스피치로그 검색)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은 92건의 보도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이다. 다음으로 동물권행동 카라의 “마루의 친구들을 지켜달라”는 발언이 21건 인용되었다. 특히 2022년 대선을 앞둔 각 당의 대권후보들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추미애, 이낙연 후보의 발언과 국민의힘 유승민 후보가 큰 틀에서 개 식용 금지에 동의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있다. 이처럼 대부분 개 식용을 금지하는 데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목소리들이 보도에 많이 담겼다.

조은산 씨와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의 대통령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의 목소리도 주요하게 인용되었다. 특히 '시무 7조' 청와대 청원으로 유명해진 인터넷 논객 조은산 씨의 “정책의 순도와 흠결을 따지기 전에 이미 그 시기부터 잘못됐다. 이 정권은 언제나 그래왔다”는 지적은 청와대에 이어 5번째로 많이 인용되었다.

한편 분석기간을 2020년으로 확대해서 분석한 결과,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표3) '개고기', '개식용'이 들어간 기사의 주요 인용 발언자 및 주요 발언 (2020년 01월02일부터 2021년 09월28일 스피치로그 검색)

분석기간을 1년 이상으로 확대하더라도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가장 파급력이 높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2020년 1월 이후로 가장 큰 공론화의 장이 열렸다고 볼 수 있겠다.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의 발언 듣는 언론

보도량이 많고,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이와 의견을 같이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보도에 반영되었다고 해서, 과연 '개 식용 금지'에 대한 공론화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대한육견협회 주영봉 사무총장의 인터뷰와 이 발언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 딱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주 총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9월28일), YTN <뉴스큐>(9월28일), KBS <KBS열린토론>(9월30일)에서 출연하거나 전화 인터뷰했다. 3사에서 조금씩 표현이 달랐기에 정확한 워딩을 따옴표 처리하기 어렵지만, 중복된 주 총장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망언이라고 생각한다 △수백억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서 위장한 동물보호단체에 거짓 정보에 정치권, 언론, 국민, 대통령까지 속아서 나온 잘못된 결과이다 △국민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정이다 △인간의 기본권인 먹거리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다 △개고기를 여전히 먹고 있는 일천만 국민을 범법자로 양산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생각된다. △일제시대에도 군사독재 시대에도 먹거리를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 △개 도축 유통은 식품위생법에서 금지하고 않고 있기 때문에 합법인 것이다.

KBS <열린토론> 진행자 정준희 교수는 “정치적 의견표명은 충분한 자유니까요. 대신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가 사실을 말해야한다고 주의를 주고나면, 주요 언론사들이 그에게 발언 기회를 주고 날것으로 그대로 전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그의 발언은 공중파를 통해 그대로 전파되기엔 매우 부적절한 수위를 넘나들었다.

물론 주영봉 총장만 발언한 것은 아니다. CBS는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YTN은 최윤정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KBS는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서국화 변호사가 발언했다. 기계적 균형은 맞췄다는 것이다. 김현정 CBS 앵커, 강려원 YTN 앵커, KBS 정준희 교수 모두 진행에 있어서 발언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되물었다. 특히 KBS는 동물권단체 출연자들이 여럿 출연하여 깊이있는 반론이 펼쳐졌다.

그대로 방송 전파를 타기에는 부적절했던 주 총장 발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런 발언이 이렇게 날 것으로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된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개농장이) 이제는 전업농이 되어 와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자랑스러운 우리 것”이라면서 “(김치처럼) 개고기가 세계화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하고 “(개고기는) 최고급 동물성 단백질이고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개고기다”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앵커가 세계에 K고기, K개고기, 이것도 얘기할 수 있다는 뜻이냐고 되물었지만, “왜냐하면 개고기보다 더 좋은 동물성 단백질은 전 세계에 없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주 총장은 자신들이 “염전 노예”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급기야 “잘못된 거짓에 의해서 속아서 출산율이 꼴찌를 달리고 나라가 멸절 위기 상황에 있는데 개를 안방에서 기르는 것 가지고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정체성의 혼란까지 가져오는 작금의 상황은 결국 망국의 길로 간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가짜뉴스'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이들 방송에서 전문가를 통해서 해명된 것도 있다. 특히 주 총장은 개가 축산법에 가축으로 정해져 있으며, 식품위생법상에서는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목록에 없기에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방송에서는 '불법'이 아니라 '무법', '비불법' 등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CBS에 출연한 조희경 대표는 “목록에 없는 원료를 사용하면 불법이라고 규정되어있다”면서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KBS에 출연한 서국화 변호사도 축산물위생관리법 상 개를 가축으로 기를 수는 있지만, 개를 도살하고 유통할 수 있는 근거는 없음을 강조했다. 개를 도축하여 개고기를 유통하는 것은 정확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을 뿐이며, 법률 상 '불법'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최근 대법원에서 전기봉으로 개를 도살하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확정판결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솔직히 KBS <열린토론>만큼 이 이슈에 길게 시간을 할애하여 논의해준 방송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생각될 만큼 이 방송은 이슈의 핵심을 잘 짚었다).

정확한 사실을 전하는 집중하지 않고 논란만 증폭시키는 언론</trong>

하지만 주 총장과의 대담 내용을 전한 보도에서 이런 팩트체크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 검색 기준 주영봉 총장 발언에 대한 보도는 총 13건인데 제목에서 그중에서 주총장의 주 총장의 발언이 따옴표 처리되지 않은 보도는 고작 3건 뿐이었다. 제목에 '망언'이라는 주총장 발언을 넣은 경우는 5건이었는데, 그중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보도 이외에 세계일보 <<span style="color:#e74c3c;">'망언' 비판받은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발언… 반면에 동물단체는 “환영”>(9월29일), 뉴스1 <육견협회 “文의 망언, 개식용 금지라니… K고기 육성 못할망정, 개는 개”>(9월29일), 아시아경제 <文 “개 식용금지 검토” 지시에 육견협회 “망언이다” 반발>(9월29일), 이데일리 <“개 식용 금지? 文대통령 망언” vs “당당하게 먹을 수 있나”>(9월29일)는 사실상 제대로 된 팩트체크는 없이 문 대통령을 향해 '망언'이라고 한 발언의 선정성에 초점을 맞춘 보도였다. 무엇보다 해당 방송에서는 말도 안되는 전근대적인 발언들이 쏟아졌음에도 이에 대한 따끔한 지적은 없이, '망언'이라는 그의 목소리만 부각된 것은 한심한 일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의 말만 잘 따르자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개 식용을 반대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찬성 여론만 보도하라는 것도 아니다. 편을 갈라서 기계적 균형을 갖추려는 태도 자체를 버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육견협회의 반대 목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 식용이 2021년 국제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보이는지 인문학적으로 짚어봤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개 식용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나 현황도 짚어야 한다. 사육 및 유통하는 이들의 주장 중에서 정부의 보조 및 대책이 절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 중 사실이 아닌 것은 정확한 팩트로 정리해주어야 한다. '개 식용은 논쟁중'이라며 논란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이 사안의 본질을 짚는 보도가 나와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언론이 깊이있고 폭 넓은 공론장을 펼쳐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너무 아쉽다.

덧. '개 식용' 관련 보도에서 건진 보도 중에서 유익한 것은 뉴스톱 보도였다. 뉴스톱 <분석. 다음 대통령은 개식용 금지?>(9월29일)에서는 20대 대선후보들의 개식용 금지 관련 입장을 정리했는데, 여기에는 위에서 말한 팩트체크가 필요한 내용이 잘 담겨있다. 바로 이것이다. 대한육견협회와 동물권행동 카라를 불러 각자 주장을 말하게 하고 손을 놓는 형태가 아니라, 언론이 스스로 판단하고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보도하면 된다. 우리는 언론에서 반대 입장을 가진 자의 반론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 최대한 성실하게 취재하여 확인한 팩트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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