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핑계로 "배째라"..볼썽 사나운 골프장들의 '배짱장사'

정현권 입력 2021. 10. 2. 07:03 수정 2021. 10. 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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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골프]
[라이프&골프] 요즘 골프장에 갈 때마다 화려한 클럽하우스가 머지않아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레스토랑에 사람이 거의 없고 라커룸도 예전처럼 붐비지 않는다. 클럽하우스 골프숍에서 용품을 사는 사람을 본 지도 오래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에 따른 정부의 방역 4단계 조치로 내장객 샤워가 금지되자 이런 현상은 더욱 짙어졌다. 골프 비용을 계산하는 클럽하우스 데스크 앞에만 사람이 북적일 뿐이다.

덩그러니 건물만 화려할 뿐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이젠 찾을 수 없다. 클럽하우스 기능이 딱 미국의 퍼블릭 골프장 같다.

골프복 차림으로 내장해 바로 카트에 가서 티오프 준비를 한다. 요즘 골프장 레스토랑에서 아침이나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그치고 그나마 두 끼를 골프장에서 해결하진 않는다. 얼마 전 경기도 광주의 회원제 골프장을 찾았는데 넓은 레스토랑 구석에서 한 팀만 식사하고 있었다.

종업원 10여 명이 목을 빼놓고 마냥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 무렵 골프를 끝내고 레스토랑 내부를 훑어봤으나 5~6팀에 불과했다.

예전의 그늘집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 워낙 비싼 식음료 가격 때문에 골퍼들이 기피하면서 대부분 무인 판매로 대체됐다. 아예 그늘집을 폐쇄하는 골프장도 늘고 있다.

"사실 일주일 동안 장갑 5벌, 골프공 10세트 외엔 매출이 전혀 없습니다."

경기도 L골프장 내 골프숍 직원이 한숨을 쉬며 전한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그린피가 급등하자 비용 부담을 느낀 골퍼들이 골프숍에서 용품 구입을 극도로 꺼린다고 말했다.

라커룸도 예전보다 덜 붐빈다. 집에서 바로 골프복을 입고 카트로 가기 때문이다. 공간이 좁아 바로 옆 골퍼의 환복이 끝나기를 서서 기다리던 예전의 라커룸 모습을 보기 힘들다.

보스턴백만 라커룸에 넣어놓고 바로 스타트 하우스로 나간다. 건강에 예민한 골퍼는 라커룸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끌고 온 본인 차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정부의 4단계 방역 지침으로 사우나룸은 아예 이용하지 못한다. 라커룸 화장실에 선크림과 치약마저 없애버린 골프장도 있다.

유일하게 붐비는 곳은 전반 라운드를 돌고 대기하는 스타트 하우스다. 골프 진행상 머물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대개 10~30분 정도 대기하는 동안 간단한 식음료를 섭취한다. 이곳이 클럽하우스보다 훨씬 붐빈다.

이처럼 골프장 시설을 이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골프장은 그린피 혜택을 주지 않는다. 극히 일부 골프장만이 그린피를 5000원~1만원 할인해 줄 뿐이다.

피자 한 판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그나마 양심적인 골프장이다.

그린피에는 상식적으로 골프장 페어웨이뿐만 아니라 클럽하우스 같은 시설물을 이용하는 가격도 포함돼 있다. 본의 아니게 이용하지 못하면 그 부분만큼 돌려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골프장 측은 자신들이 취한 조치가 아니라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나 몰라라 한다. 후안무치(厚顔無恥)다.

눈만 감고 있을 게 아니라 개인당 그린피를 1만원 정도 돌려줘야 한다. 한 팀으로 환산하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금액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검사 관계로 불가피하게 당일 빠졌을 때 골프장의 처사도 문제다. 4명에서 3명으로 인원이 줄어들면 3명에게서 그린피 1만원씩을 더 올려 받는다.

정부 방침이라며 클럽하우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그린피를 깎아주지 않으면서 동반자가 1명이라도 빠지면 그린피는 올려 받는 것이다. 정부 방침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한다.

캐디피에 대한 골퍼들의 저항도 크다. 만약 1~2명이 코로나와 관련해 불가피하게 빠져도 캐디피는 똑같다.

당연히 2명이면 절반, 3명이면 25%를 캐디피에서 빼주는 게 옳다. 이런 조치를 취하는 곳을 아직 들은 적 없다.

더구나 요즘엔 필드에서 골퍼들의 거리측정기 사용으로 갈수록 캐디 역할이 줄어든다. 캐디피 현실화도 제기된다.

카트비도 마찬가지다. 현재 팀당 카트비는 8만~10만원인데 코로나로 빠지는 인원만큼 할인해 주는 게 마땅하다.

코로나 시대에 골프장만큼 수요자와 공급자 간 역학관계가 비대칭으로 기울어진 곳이 없다. 이만한 배짱장사가 어디 있는가.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 내장객은 4673만명으로 전년 대비 12.1% 늘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는 지난해 골프인구가 515만명으로 1년간 46만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으로의 골프투어가 차단됐기 때문에 나타난 기현상이다. 비상시국에 예상치 못한 로또 특수가 골프장에서 발생했다.

일반 업종 종사자들의 시름과 한숨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엄중한 시국이다. 그나마 여가를 찾아 밀려드는 고객의 호주머니만 털려는 골프장 처사가 볼썽사납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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