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 '생보' 줄고 '손보' 늘어..왜?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올해 상반기(1~6월) 보험사 전속설계사수가 생명보험사는 감소했으나, 손해보험사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의 경우 몇몇 회사의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 시행 여파로 전속설계사수가 크게 줄었다. 손보업계의 경우 회사들의 공격적인 설계사 영입과 맞물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보험설계사에 뛰어드는 일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생보사의 전속설계사수는 7만2236명으로, 전년 동기(9만3915명)보다 23.0% 줄어들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보사의 올 상반기 전속설계사수는 10만7258명으로, 전년 동기(9만8001명) 대비 9.4% 늘었다.

생보업계의 설계사수 감소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제판분리가 작용한 여파가 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제판분리는 보험사가 판매조직을 법인보험대리점(GA)형 판매 자회사로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의미한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총자본 6500억원, 500여개의 영업기관과 1300여명의 임직원, 1만9000여명의 FP(보험설계사)로 구성된 초대형 판매전문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으며,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3월 전속 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켰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전속설계사수의 감소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제판분리 작업이 크게 작용했다"며 "사실 전속설계사수가 증가하거나 줄어드는데는 회사들이 리쿠르팅에 얼마나 힘을 쏟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판분리가 보험업계의 화두이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다보니 업계에서 제판분리가 확산되는 상황은 아니다"며 "제판분리를 이미 단행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다른 회사들에게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시장경쟁 심화와 맞물려 지난 7월1일부터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12개 직종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전속설계사 조직을 계속 갖고가는 것이 회사들 입장에서 부담되는 측면도 있지만, 전속 설계사 조직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상품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회사들마다 내세우는 포인트도 다르다. 이를 전속설계사 조직을 통해 활성화시켰던 만큼 보험사들이 제판분리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며 "제판분리를 이미 진행한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의 결과물과 함께 각 사의 영업조직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해 다른 회사들도 설계사 조직을 본사에서 떼어낼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보업계의 경우 손보사들의 공격적인 설계사 영입과 함께 코로나19가 설계사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손보사들은 전속설계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설계사 영입에 나섰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판매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면영업이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가 힘들어진 사람들이 설계사 일을 많이 시작했다"며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처럼 꼭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나 보험료가 저렴한 미니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설계사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좀 더 수월하게 상품을 팔 수 있는 손보 쪽으로 많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앞으로 보험업계 전반에 전속설계사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상품 약관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설계사 채널을 여전히 선호한다는 점이 작용한다. 보험연구원 김동겸 연구위원과 정인영 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설계사 인력특성과 관리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설계사 채널은 개인형 상품(2019년) 가운데 생명보험사의 보장성보험 매출의 53.5%, 손해보험사의 장기보험 매출의 35.3%를 차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과 정 연구원은 "비대면 채널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특정 계층에 대해서는 대면접촉을 통해 잠재적 위험 보장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구매의사를 유발하는 영업방식이 여전히 주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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