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에 700억".. 정영학 제출 녹취록서 드러났다

박미영 2021. 10.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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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와 개발이익 반씩 나누기로
'유원홀딩스' 세워 투자 받기로해"
검찰, 유동규 체포.. 수사 본격화
경찰도 김만배 등 핵심 8명 出禁
유, 성남도공 재직 때 사업 주도
권순일 전 대법관 역할 등 조사
이재명 측근도 대장동아파트 취득
당사자 "적법한 분양 절차에 따라 취득" 반박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검찰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키맨)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리)을 체포하고, 경찰이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씨 등 핵심 관련자들을 출국금지하는 등 검경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관련자들 사이에서 개발 사업 수익 가운데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배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일 유 전 본부장을 병원 응급실에서 체포한 뒤 검찰로 데려와 조사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 방식을 설계해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및 수익배분 구조 설계 경위 등을 물으며 이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하면서 화천대유(소유주 김만배)와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 5호(〃 정영학 회계사) 등 관계사가 기대 이상의 막대한 수익을 얻자 자신의 몫으로 거액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캐고 있다.

이날 SBS 보도에 따르면 개발 이익 지분을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절반씩 나눠 갖기로 하는데,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결과에 따라 유 전 본부장이 차린 ‘유원홀딩스’를 통해 투자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회계사 정씨가 제출한 녹취록과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정관계·법조계 로비 방안이 논의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된 로비 금액을 다 합치면 35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화천대유 측은 “350억 로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 간에 이익의 배분비율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전날 김씨를 비롯해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와 천화동인 1호 이한성 대표 등 핵심 관계자 8명을 출국금지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오피스텔을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녹취록에 정관계 350억대 로비 정황… ‘게이트’ 되나

검찰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 판검사 등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350억원대 로비 정황과 함께 개발사업 이익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배분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이 담기는 등 수사 상황에 따라 이번 사건은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도 있다.

검찰이 1일 유 전 본부장을 체포한 것은 지난달 29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이틀 만이다. 이는 의혹의 중심인물인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의혹 전반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이재명 성남시장 취임 후 민관 합작으로 추진될 때 사업을 주관한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을 지내며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는 성남도공 사장 직무대리였다. 이후 시행사 ‘성남의뜰’의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 방식을 설계한 것도 유 전 본부장으로 지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그가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원홀딩스는 개발 수익을 나눠 갖기 위한 유령 회사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과 정영학 회계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개발사업 이익 가운데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 몫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 전 본부장이 직접 지분을 매입하거나 증여받는 방법 등 세 가지 방안을 거론했고, 그 중 별도 회사를 세워 투자받는 안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세워진 회사가 유원홀딩스라는 것이다.

검찰은 수천억원의 막대한 개발 수익의 구체적인 자금 흐름을 확인해 녹취록에 언급된 정관계 금품 로비가 실행됐는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이름이 거론된 전직 고위 법조인들의 역할 등도 규명할 방침이다. 로비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화천대유 측은 로비 의혹을 부인하며 “이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계좌의 입구와 출구를 조사하여 자금 흐름을 빠짐없이 규명한다면 객관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측근인 정진상 캠프 총괄부실장(전 경기도 정책실장)이 박영수 특별검사 딸이 분양을 받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지구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 부실장 측은 화천대유와 아무런 관련 없고 적법한 분양 절차에 따라 취득한 아파트라는 입장이다.

한편, 성남의뜰과 화천대유가 2018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중화를 약속했지만 지중화 공사를 책임진 한국전력과 수년째 공식 협의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이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북측 송전선로에 대한 지중화 진행 사항은 없으며, 택지지구 개발자가 지중화 요청 시 검토 예정”이라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는 화천대유가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산업재해 위로금 등 명목으로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화천대유 측에 곽 의원 아들의 산재 경위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박현준, 박미영, 김청윤, 안병수, 이창훈, 이종민 기자, 성남=오상도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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