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심사 지연에 흔들리는 조선·항공 빅딜.. 연내 결합 불투명

김우영 기자 2021. 10.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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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대우조선,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계속 연기
산은 "합병 늦어질수록 대우조선, 아시아나 어려워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042660),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등 국내 대표 조선사와 항공사간 ‘빅딜’이 국내외 경쟁당국의 심사 지연으로 만료일을 또 한 번 넘겼다.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는 산업은행은 기업 결합이 지연될수록 두 회사의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으나, 업계에선 경쟁제한 우려 해소가 쉽지 않은 만큼 연내 결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기한을 올해 9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3개월 연기했다. 이번이 네 번째 연장이다. 2019년 3월 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 2년 8개월째 인수가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인수가 난항을 겪는 이유는 인수합병(M&A) 필수 조건인 주요국 기업 결합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수 신고 국가 6곳 중 현재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등 3곳의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가 남아 있다. 나머지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에서는 결합 심사가 통과됐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위)와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골리앗 크레인(아래). /조선DB

국내 항공업계 빅딜도 난기류를 만났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9월 30일에서 올해 12월 31일로 3개월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작년 11월 인수를 결정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63.9%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필수 신고 국가 9곳 중 한국, EU, 미국, 중국, 일본 등 6곳의 기업 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유상증자 일정도 미뤄졌다. 터키, 대만, 태국 등에서는 심사가 통과됐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기업 결합 심사가 늦어지는 만큼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잔고를 상당 부분 채웠으나, 여전히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상승 여파로 상반기에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연간 1조317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작년 대비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연간 영업손실도 약 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면 독자 생존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올해 상반기 항공 화물 사업을 확대한 덕분에 흑자를 기록했으나, 연간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전히 여객 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 상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5조원이 넘는다. 부채비율은 2016%로 코스피 상장사 중 유일하게 2000%를 넘겼다.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272450)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의 통합 작업도 미뤄지고 있다. 이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분기마다 수백억원대 적자를 보며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조선·항공 빅딜을 두고 관계 부처들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한 산업은행은 공정위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공정위를 향해 “섭섭하고 유감스럽다. 조속히 승인 절차를 밟아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기업 결합 심사를 무조건 승인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시정 방안에 대해 기업과 협의도 필요하고 해외 경쟁 당국뿐 아니라 교통 당국 간의 협의도 필요해 언제 심사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 없다. 재촉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의 경우 EU의 판단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이 유럽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유럽은 국내 조선소들의 효자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38척 중 37척을 한국이 수주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측이 유럽 경쟁 당국에 경쟁 제한 우려에 대한 자체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유럽 측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반려하면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EU의 심사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도 연내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양대 항공사에 대한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일부 해외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에 대해 ‘경쟁 제한의 우려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제선 기준 두 항공사의 중복 노선이 67개에 달하는데, 두 항공사가 합쳐질 경우 해외 다른 항공사에 비해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결합 심사가 늦어질수록 국내 항공업계 구조조정도 미뤄지면서 산업 경쟁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라며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경쟁 당국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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