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북 인센티브 제공" 美와 '엇박자'..北은 '한미 갈라치기'
전문가 "美와 엇박자 요소 분명..'나쁜행동 보상' 될 수도"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남북, 북미간 교착 상황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국내외에 설파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배치되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대북제재 유예·해제의 고려의 필요성을 일선에서 주장하고 있는 인물은 우리 외교부 장관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뉴욕의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다.
정 장관은 '스냅백'(위반 시 제재 복원)이라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걸었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 장관의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적 유연성을 강조하며 조건 없는 대화를 북한에게 하자고 제의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대북제재 유예를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선(先) 적대시 정책 철회를 주장하며 대화 제의에 응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같은 달 30일(현지시간)자로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현 상태가 계속되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대면협상에서 제시할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조건부 남북관계 개선' 연쇄 담화를 기점으로 일부에서는 이른 시일 내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김 부부장은 지난달 24일과 25일 연쇄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의'에 "흥미 있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또한 남북정상회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등이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단절된 남북 간 통신연락선 '10월 초 복원'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김여정 부부장은 '적대정책·이중잣대 철회'라는 조건을 달았다. 특히 김 총비서는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며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한국의 미국 전략자산 도입,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 모색 등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북측이 그간 주장해온 이중 잣대와 적대시 정책이 최고지도자의 발언으로 공식화·구체화된 셈인데, 이는 북측의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비핵화 담보' 없이 남한 만 '무장해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화의 장이 먼저 마련되고 이를 통해 제재 완화를 비롯해 비핵화 과정에서의 상응조치를 논의하는 게 순서에 맞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대북제재 유예·완화를 먼저 해야한다는 것은 지난 2018년부터 북한이 핵·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을 지키고 있는 것에 화답해야 한다는 논리로 중국과 러시아가 견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북한이 최근 무력시위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장관이 나서서 대북제재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9월 한 달에만 '게임체인저'로 평가 받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비롯해 총 4차례에 걸쳐 무력시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그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절제된 반응을 보여 왔던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또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임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대북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밖에 한미 간 보폭이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김 총비서가 남측에 통신연락선 복원을 언급하며 동시에 미국을 향해서는 "더 교활해지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비난한 것은 일종의 '한미 갈라치기'라는 해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2018년부터 모라토리엄을 했으니까 대북제재 유예·면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미국과 분명히 엇박자를 낼 것"이라며 "또한 최근 북한이 공세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오는 상황에서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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