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데..' 부모 손에 이끌려 세상 떠나는 아이들

조준영 기자 2021. 10.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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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처지에 놓인 부모가 어린 자녀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동반자살 최근 10년간 동향'(저자 이호산·2016년)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행위는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용어로 혼용돼 부모를 동정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일례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론조사(2005년 기준)에서 전체 응답자 중 27.1%가 '부모 자살 후 어린 자녀가 혼자 남는 것보다 함께 죽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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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서 30대 소방관, 네 살배기 아들과 극단 선택
생사 선택권 없는 어린 생명 거두는 일..범죄행위
© News1 DB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극단적인 처지에 놓인 부모가 어린 자녀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비극은 가족 '동반자살' 혹은 '집단사망'이라는 표현으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지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 자녀를 살해하는 명백한 살인이라 규정하고 있다.

◇30대 소방관 아들과 숨진 채 발견…극단 선택 추정

지난달 30일 오후 8시30분쯤 충북 음성군 금왕읍 한 공장용지에 세워진 차 안에서 30대 소방관 A씨와 네 살배기 남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둘은 부자 관계로 경찰에 실종 신고된 상태였다. A씨는 전날 오전 유서 형식 메모를 남기고 사라졌다.

메모에는 개인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 현장에서도 특별한 범죄 혐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 엇나간 사랑이 만드는 비극

생사(生死) 선택권이 없는 어린아이가 부모 손에 이끌려 생을 마감하는 일은 비단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 일컬어지는 범죄로 충북에서도 잊을 만하면 터진다.

앞서 지난 3월 청주에서는 40대 부부와 여섯 살 난 아들 그리고 네 살배기 딸이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내부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으나 타다 남은 연탄이 발견됐다.

부부는 숨지기 전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8년 4월 증평군에서는 40대 여성이 세 살배기 딸에게 극약을 먹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넉 달 뒤인 같은 해 8월 옥천군에서는 40대 남성이 부인과 세 딸에게 수면제 성분이 든 약을 먹여 살해한 뒤 흉기로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7년 9월에도 빚에 시달리던 40대 가장이 부인과 10대인 두 딸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패륜 저지르는 부모…자녀 소유물 아닌 인격체로 봐야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범죄 행위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동반자살 최근 10년간 동향'(저자 이호산·2016년)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행위는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용어로 혼용돼 부모를 동정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연구진은 "10세 이하 자녀가 자살에 동반되는 경우 다른 용어로 기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반자살은 행위 객체가 적어도 자살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특수한 가족공동체 문화를 지닌다. 외국과 달리 '자녀=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경향은 자녀의 생사 선택권까지 부모가 쥐고 있다는 그릇된 관념을 만들어 냈다.

일례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론조사(2005년 기준)에서 전체 응답자 중 27.1%가 '부모 자살 후 어린 자녀가 혼자 남는 것보다 함께 죽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답하기도 했다.

자녀를 소유물이 아닌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도내 한 정신과 전문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부모 대부분은 자녀까지 함께 데려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나 아니면 돌볼 사람이 없다는 오판에서 비롯한 문제다. 자녀를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생각해 생명을 거두는 건 크게 잘못된 행위"라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a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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