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임대 공실 98%가 소형인데 더 짓겠다는 정부

정순우 기자 2021. 10.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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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전국에서 공급되는 공공 임대주택 3채 중 2채가 10평대 소형 주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금껏 소형 평형 위주로 임대주택을 공급했던 탓에 지금도 공실(空室)이 넘쳐나는데, 앞으로도 수급 미스매치를 심화시키는 방향의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넓은 집을 선호하는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임대주택의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서민 주거 복지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1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2022~2025년 공공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분석한 결과, 내년부터 4년간 LH가 공급하는 건설형 공공 임대주택 22만4000가구 중 14만9000가구(66%)가 전용면적 40㎡ 이하다.

전용 40㎡를 공급면적으로 환산하면 15~16평 정도다. 작은 방 2개와 거실 겸 주방, 화장실을 빠듯하게 넣을 수 있는 크기다. 1~2인 가구는 살 수 있지만, 자녀가 있는 3인 이상 가구가 살기엔 좁은 편이다. 반면, 3~4인 가구가 살기에 적당한 전용 61~85㎡ 임대주택 물량은 향후 4년간 1만9000가구로 전체의 9%에 그친다. 그 마저도 2024년부터 공급된다.

이 같은 공급 계획은 최근 시장 상황이나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은 올해 6월 기준 전국 7만5360가구 중 9549가구(12.7%)가 3개월 넘게 비어 있는데, 빈 집의 98%인 9360가구가 전용 40㎡ 미만이다. 취약 계층 대상 임대주택인 영구임대 역시 20~30㎡의 공실률(3.9%)이 40~50㎡(0.9%)의 4배가 넘는다.

LH 역시 공공 임대주택 공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3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입주자격 완화, 한시적 임대료 면제 등 방안을 마련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임대주택 정책 자체가 소형 주택을 짓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기준상 전용면적 60㎡ 이하 임대주택을 지을 때는 총 사업비의 80%가 재정 또는 기금으로 지원되는 반면, 60㎡ 초과 평형의 재정·기금 지원 비율은 66%에 그친다. 사업자인 LH가 부담해야 하는 사업비도 소형은 전체의 10%인 반면 중형은 20%다. 가뜩이나 공공 임대주택 확대로 부채가 늘어나는 LH 입장에서 사업비 부담이 큰 중형 임대주택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1년 만들어진 최저 주거 기준이 10년째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점도 소형 임대주택 양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공급되는 민간 아파트에서 4인 가족을 위한 가장 일반적인 평형은 방 3개에 화장실 2개를 갖춘 전용 84㎡지만, 4인 가족의 최저 주거 기준은 전용 43㎡로 민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송석준 의원은 “주거 수준에 대한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취약 계층의 주거 복지를 위해 이제는 중형 공공 임대주택도 확대해야 한다”며 “최저 주거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치고, 중형 평형에 대한 재정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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