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그 후]"사실 무서웠지만"..불난 이웃집에 뛰어든 이 남자

고동명 기자 입력 2021. 10.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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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스쿠버 이수형씨..2년 전 화재 현장서 일가족 대피도와
초등생 아들도 활약..포상금 학교발전기금 기부

[편집자주]제주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특유의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며 살아 왔다. 2021년 지금도 이 같은 공동체 정신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의인(義人)'이라고 부른다.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그들은 하나같이 "누구라도 했을 일"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 의인들의 당시 활약상과 후일담을 들어본다.

이수형 부부와 아들 이성률군(이수형씨 제공)©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아빠, 불이야! 불! 앞집에 불났어요"

2019년 7월12일 오후 9시쯤. 이수형씨(51)는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에 있는 아내의 식당 안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안그래도 식당 앞 건물 3층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 의아해하고는 있었지만 이씨를 포함해 식당안 손님들도 "바퀴벌레 퇴치용 연막탄을 피웠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아들 이성률군(당시 초등학교 2학년)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씨는 밖으로 나가 연기가 나는 건물로 향했다.

"설마"하는 생각은 들어맞았다. 건물 안에는 화재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2층부터 매케한 냄새와 검은 연기가 가득했다.

이씨는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사람이 거주하는 3층으로 뛰어올랐다.

◇일가족 4명 대피 도와…보행 불편 장애인 업고 탈출

"무서웠죠. 왜 안 무서웠겠어요. 하하하…."

이씨는 2년 전 화재 사고 당시 현장에 뛰어드는게 무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씨의 의외(?)의 답변이 오히려 그의 영웅적 행동을 돋보이게 했다.

이수형씨와 아들 이성률군© 뉴스1

이씨는 당시 불이 난 건물 안에서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을 포함해 일가족 4명의 대피를 도왔다.

이씨는 "건물 안은 눈뜨기 힘들만큼 연기가 자욱했고 화재벨까지 시끄럽게 울리니 겁이 났다"며 "사람이 있을지 몰라 들어는 갔지만 솔직히 신고했으면 됐지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이씨의 인명구조 경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쿠버가 직업인 이씨는 이전에도 해양사고가 일어나면 물속에서 사람을 구조하거나 수색하는 일을 해왔다. 처음 겪는 화재 현장이기는 하지만 그가 위기에 처한 사람을 모른척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베테랑이어도 화재 현장에서는 그도 평범한 주민일뿐이었다. 오매불망 아빠를 기다릴 아들과 신고했으면 됐지 왜 불이 난 건물에 들어가려하느냐고 말리던 아내의 얼굴이 눈앞에 선했다.

이씨는 "불이 난 곳 옆집 문을 두드렸는데 갓난아기와 어린 여자아이가 거실에서 놀고 있고 그들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잠이 든 상태였다"며 "어머니를 깨우고 불이 났으니 어서 대피해야 한다고 알렸다"고 회상했다.

그때 이씨의 눈에 다리가 불편해보이는 남성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가족 중 첫째였다.

여성 혼자 다른 가족 3명을 모두 대피시키기는 불가능한 상황. 이씨는 주저하지 않고 장애인 남성을 등에 업고 뛰었다.

무사히 구조를 마친 이씨는 혹시 다른 사람이 더 있을까 싶어 다시 건물로 향했다. 다행히 그 시간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1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만약 이씨의 발빠른 구조가 없었다면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수형씨의 아들 이성률군이 서귀포경찰서장에게 표창장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이수형씨 제공)© 뉴스1

◇그 아버지에 그 아들…포상금 학교에 기부

그 사건 이후 이씨는 제주지방경찰청장의 표창을 받고 '우리동네시민경찰 1호'로 선정됐다. 119의인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씨뿐만 아니라 화재 현장을 신속하게 주변에 알린 아들 이성률군은 포스코청암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는 등 부자의 미담이 화제가 됐다.

이씨도 이씨지만 아들 성률군의 삶도 달라졌다.

성률군은 용감하고 의로운 행동을 인정받아 포스코청암재단에서 받은 장학금을 재학 중인 서귀포초에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이씨는 "교장 선생님이 발전기금을 아들의 뜻대로 학교 도서관 책을 구입했다"며 "아들도 인명구조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경찰이나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말하지 않았다면 저도 별일 아니라고 여겨 신고가 늦었을텐데 사건 이후 주변에 더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고 새삼 깨달았다"며 "무엇보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돼서 기쁘다. 아들도 어려운 사람을 모른척하지 않는 시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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