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대통령도, 재명·석렬兄도 자영업자는 나 몰라라 한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1. 10. 2. 03:06 수정 2021. 10. 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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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팻말 시위 돌풍 일으킨
외식업자 '사부' 김유진
자영업자 온라인 손팻말 시위 돌풍을 일으킨 김유진씨가 서울 명동 거리에서 ‘같이 삽시다’라고 직접 매직펜으로 쓴 종이를 들었다. 김씨는 “모두 같이 잘 살자는 뜻에서 썼다”고 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9시 2인 반대합니다’ ‘살려주세요’.

자영업자들이 이러한 문구를 A4 용지에 써서 들고 있는 사진이 지난 7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 속속 올라왔다.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사실상 ‘셧다운’에 해당하는 4단계로 격상했을 때다. 이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방역 당국은 4단계 지역 식당·카페 매장 내 취식 가능 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연장했다.

손팻말을 처음 써서 올리며 온라인 손팻말 시위를 제안한 이는 많은 자영업자에게 ‘사부님’으로 추앙받는 김유진(53)씨. ‘한국형 장사의 신’ ‘장사는 전략이다’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 ‘당신의 가격은 틀렸습니다’ 등 베스트셀러를 줄줄이 펴냈고, 자신의 아카데미와 대학원, 지자체 등을 통해 3만명 넘는 자영업자에게 강연했다. 외식 업체 컨설팅 및 자문위원으로 전국 외식 업체 1000여 곳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온라인 화상 강의를 마친 김유진씨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그는 “코로나를 종식해야 한다는 목표는 인정하지만, 이를 위해 자영업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며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자영업자들을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 화가 나 온라인 손팻말 시위를 제안하게 됐다”고 했다.

◇1시간만 더 주세요

-손팻말 들고 사진 찍어 SNS에 올리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

“자영업자들은 모이기가 쉽지 않다. 마침 책상에 앉아 글을 쓰다가 A4 용지가 보이길래 매직펜으로 썼다. 단지 제안했을 뿐인데 계속해서 손팻말을 든 사진들이 올라왔다. 많은 자영업자가 공감한 듯하다.”

-손팻말 1탄이 ‘딱 1시간만 더 주세요’였다.

“밤 9시와 10시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월세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된다. 술집 등 심야 영업 하는 매장들은 연장하더라도 별 도움 안 되겠지만. 그래서 심야 영업 매장 하는 분들한테 ‘도움도 안 되는데 뭐 하러 1시간 늘려달라 구걸하냐’는 비판도 받았다.”

-단 1시간이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드나.

“밤 9시에 문 닫을 경우, 6시 칼퇴근 하더라도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6시 반 업장에 도착한다. 2시간 반 있다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면 ‘아, 그냥 집에 가자’가 된다. 10시면 한 잔은 마실 수 있다. ‘저녁 먹으면서 소주나 한잔하자’가 된다.”

온라닝에서 직접 쓴 손팻말로 시위에 나선 자영업자들./페이스북

-2탄이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였다.

“죄인도 아닌데 자꾸 단속을 하지 않나. 묻지도 않고서. 의견 수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속하고 문 닫으라 한다. 자영업자들이 희생해서 코로나 확진자가 혁명적으로 줄어든다던가 하면 모르겠는데, 버텨도 버텨도 상황이 쳇바퀴 돌듯 똑같지 않은가. 570만 자영업자라고 하는데, 가족 등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합치면 1000만명 정도 된다. 국민 중에서 이 1000만명에게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내가 속한 자영업자 단톡방 수십 곳에서 ‘아픔을 같이하자면서, 왜 우리한테만 아프라고 해?’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가 감내하고 2시간 (장사) 접을 테니 너희(방역 당국) 급여 받는 것도 그 시간만큼 까자’ 같은 우스갯소리도 있었고(웃음).”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로 전화를 걸자는 제안도 했다.

“항의하자는 게 아니라 도와달라고 전화하자고 했다. 정부에서 지자체로 행정 지침이 내려오기는 하지만, 지자체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4인을 6인으로 늘려주는 것 등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지자체장들이 몸 사리느라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도 어딘가에 숨어서 대변해주지 않길래 ‘전화합시다’ 그랬던 거다.”

◇정부도 여야도 아무 얘기 없다

-정치인들에게 불만이 많은가.

“문재인 정부도 그렇고 여야 할 것 없이 아무 말이 없더라. 자기 지역구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이들이 돌아서면 다음 선거 나왔을 때 당선되기 힘들 텐데, 왜 언급하지 않을까 진짜 궁금하다. 선거철이면 지역구 찾아와 자영업 오너들한테 표 달라고 시장 찾아가고 국밥집 찾아가면서. 야당에서 한두 명 정도는 ‘자영업자가 이렇게 힘드니 정부가 정신 좀 차리자’며 나서줬으면 좋겠는데, (홍)준표 형도 (윤)석열 형도 아무 얘길 안 한다. 이재명, 이낙연 등 여당 후보들도 그렇고. 윤석열과 이준석이 친(親)서민인 양 맥줏집 미팅 해놓고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 피해에 대해서는 1도 얘기를 안 한다.”

-매주 전국을 돌며 자영업자들을 만나는데, 그들이 현재 얼마나 어려운 상태인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된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재난지원금 몇 푼 받아가지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지방 노포들 특히 타격이 크다. 젊은 친구들처럼 기동력 있게 SNS 홍보하거나 배달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인터넷 쇼핑몰·홈쇼핑 뚫으러 가지 못하니 속수무책 무너진다. 건대·홍대·강남역 등 주요 상권에서 주점·고깃집 등 대규모로 매장 운영했던 젊은 친구들도 그냥 손들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소홀한 듯 보이는 이유는 뭘까.

“첫째, 1~2인 사업장이 대부분이라 매장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지금 당장 생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위를 하거나 투쟁할 여력이 없다. 둘째, 자영업자들을 대변해주거나 시위·투쟁 등 행동을 지시할 만한 조직이 없다. 자영업자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위해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열망은 엄청나게 많은데, 직접 나서기는 꺼린다. 내가 정부나 지자체라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을 알아야 판다

김유진씨는 본래 방송 PD 출신이다. 1994년 MBC 프로덕션 예능 PD로 입사해 예능 프로를 만들다가 차츰 음식으로 분야를 좁혔다. 이후 자신의 프로덕션을 차려 독립하면서 TV·라디오 등 방송에 패널·진행자 등으로 출연했고, 신문·잡지 등 인쇄 매체에 맛집을 활발하게 소개했다.

-음식 붐이 본격적으로 일기 전인 1990년대~2000년대 초 PD를 그만뒀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외식업은 더욱 활황이 된다. 평생 일할 수 있는 시장이 어딜까 고민 끝에 PD를 그만뒀다.”

-전국의 엄청나게 많은 식당을 다녔겠다.

“2만~3만곳쯤 된다. 맛집 프로도 별로 없고 SNS도 없던 시절이라 진짜 환대받았다. 요즘은 비법이라며 숨기는 것들도 다 가르쳐줬다. 심지어 MSG(인공조미료)를 몇 숟가락 넣어야 되는지도 알려줬을 정도다(웃음).”

김유진씨가 자영업자들에게 온라인 강연하는 모습./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현재 강의·컨설팅 토대를 그때 다진 건가.

“그런 듯하다. 쉽게 얘기하면 김치찌개집이 대박 나려면 김치와 돼지고기가 아니라 액젓과 설탕이 맛있어야 한다는 점, 볶음밥집이 성공하려면 마요네즈가 핵심이라는 포인트를 현장에서 30~40년 된 분들한테 직접 배울 수 있었다.”

-대박 나는 식당의 비결로 무엇을 가르치나.

“인간에 대한 이해다. 인간을 알아야 팔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노하우는 잔기술에 불과하다. 어떤 서비스를 왜 하는지 모른다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든다면.

“수업 시간에 인본주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 이야기를 많이 한다. 5단계 중 가장 기본인 1단계가 먹고, 자고, 배설하는 생리적 욕구다. 생존에 관련된 본능이다. 이를 외식업에 적용하면 푸짐하게 주는 즉 칼로리가 높은 집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왜 엄마가 정성껏 차려준 음식 먹지 않고 편의점 가서 라면에 삼각김밥, 도시락을 먹는지 아나?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파인다이닝(고급) 레스토랑도 망한 곳을 철저히 분석해보면 칼로리가 약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되는 양갈비집은 싸 먹으라고 토르티야(밀전병)를 준다. 직장인 인기 메뉴 순위는 고스란히 칼로리순이다. 회사원들이 점심에 된장찌개보다 김치찌개를 더 선호하는 이유다. 그래서 이런 걸 자꾸 가르친다. 떡에 싸 먹게 만들어라, 크래커를 같이 내라, 소스를 2개 더 내놔라,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달달한 과일 주스를 웰컴 드링크(welcome drink)로 내라, 식사 마치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무제한으로 먹게 해라…. 하지만 칼로리를 높게 해줘야 하는 이유를 모르면 금세 무너진다.”

-코로나 같은 초유의 상황에서도 그런가.

“피라미드처럼 견고하게 버틸 뿐 아니라 오히려 손님이 늘어난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제한된 시간 내에 소비하려면 기왕이면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집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집들은 코로나고 뭐고 아무 의미 없다. 손님이 다닥다닥 붙어서 줄 서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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