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톡톡] 30년 만에 불 켜진 소말리아 영화관

황지윤 기자 2021. 10.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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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30년 만에 재개관해 영화를 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소말리아 국립극장. /로이터 연합뉴스

내전과 테러로 황폐화된 동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밤(현지 시각)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 있는 국립극장에서 이 나라 영화감독인 이브라힘 CM의 단편영화 두 편이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1991년 내전 발발 이후 첫 영화 상영이었다.

관람료는 10달러(약 1만1900원)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소말리아 사람들에겐 매우 비싼 편이었고, 불안한 치안 상황 때문에 관객들은 극장에 입장하기에 앞서 검문소 여러 곳을 지나야 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객석에서 들뜬 표정으로 휴대전화 ‘셀카’를 찍으며 옆자리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외신들은 이날 풍경을 전했다.

이날 영화가 상영된 국립극장은 1967년 마오쩌둥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기술자를 파견해 세워준 곳이다. 완공 뒤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고, 1980년대에는 국제영화제인 범아프리카 영화제도 열렸다.

하지만 1991년 터진 내전으로 나라가 무정부 상태가 되면서 대부분의 문화 시설들은 문을 닫았고, 국립극장도 무장조직의 기지 등으로 사용됐다. 국립극장은 2012년 재개관했지만, 2주 만에 알카에다 연계 테러조직 알샤바브의 폭탄 테러로 문을 닫­­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와 해적들의 온상으로 알려진 소말리아는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혀왔다. 그러나 내전 발발 직후 철수했던 미국 대사관이 2018년에 재개설되는 등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 국가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아브디카르 아브디 유수프 극장장은 “오늘은 소말리아 국민에게 역사적인 밤”이라며 “(극장 재개관은) 힘든 시간을 거쳐 희망이 어떻게 되살아났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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