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괘씸한 소시지 응징할 땐 끓는 물에 딱 5분 데친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입력 2021. 10.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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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의 필름위의 만찬] '소시지 파티'
영화 ‘소시지 파티’의 한 장면. / 컬럼비아 픽처스

닷새짜리 연휴를 즐길 때는 참 좋았다.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만 일하자 또다시 주말이 찾아왔으니까. 하지만 많이 놀면 후유증도 큰 법. 다시 5일 동안 ‘풀(full) 근무’를 했더니 정신이 없다.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찾아온 귀한 주말엔 이른바 ‘병맛’ 영화를 권한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소시지 파티’ 같은 영화 말이다.

수퍼마켓 체인 ‘숍웰’에서는 매일 아침 7시 개장에 맞춰 모든 식재료가 노래를 부른다. ‘신들이여, 당신들은 모든 면에서 멋진 분들, 우린 당신들께 기도해요. 우릴 멋진 저 세상으로 데려가 줘요.’ 인간이 신이고, 그들에게 선택되어 나가는 수퍼마켓 바깥의 세상이 ‘멋진 저 세상’이다.

바깥 세상을 향한 꿈과 희망을 품는 식재료 가운데 소시지인 프랭크(세스 로건)와 핫도그 빵 브렌다(크리스텐 위그)가 있다. 멋진 저 세상에 나가야 하나의 음식이 되어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으므로 둘도 선택되기만을 목놓아 기다린다.

하지만 식재료들은 몰랐다. 인간 세계는 멋진 저 세상이 아니고, 음식이 되려면 그들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반품되어 돌아온 허니 머스터드가 인간 세계의 실상을 거듭 말해주지만 실성한 물건 취급 당한다.

프랭크와 브렌다는 드디어 인간에게 선택되는데, 하필 반품된 허니 머스터드와 함께 카트에 실리는 바람에 사달이 난다. 인간 세계에 다시 나가기 싫은 허니 머스터드는 카트에서 투신해 죽음을 선택하고, 난장판 속에 프랭크와 브렌다는 포장에서 튕겨 나간다.

수퍼마켓을 빠져나간 프랭크의 동료 소시지 배리는 인간의 집에서 진실을 확인한다. 프랭크도 수퍼마켓을 끝까지 탐험한 뒤 인간 세계의 실상을 알려주는 증거를 찾아낸다.

프랭크와 배리는 수퍼마켓 안팎에서 동료들을 살릴 길을 찾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난장판이 벌어질 때 카트에서 튕겨 나간 여성 청결제 ‘두쉬(닉 크롤)’가 주스부터 술까지 온갖 음료를 마시고는 미친 채로 복수를 꾀하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소시지가 파티를 벌이는 내용이 아니다. 소시지 입장에서야 자신을 죽이려는 인간에게 시도하는 복수를 파티라 여길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괘씸한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영화를 보다 보면 프랭크를 응징하고 싶어서라도 진짜 소시지 파티를 벌이고 싶어진다.

소시지 파티는 끓인 물 한 냄비로 아주 간단히 벌일 수 있다. 소시지는 완전히 익힌 육가공품이라 포장을 뜯어 바로 먹을 수 있지만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단 차갑고, 질감에 생기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끓는 물에 5~6분만 삶으면 따뜻해지는 한편 탱탱함이 고개를 들면서 딱 기분 좋은 맛을 즐길 수 있다.

감히 인간에게 복수를 꿈꾸는 소시지가 괘씸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자. 응징한답시고 너무 오래 삶으면 터져서 품고 있는 맛도 빠져나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기름에 지지지도 않는 게 좋다. 삶은 소시지를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구우면 껍질이 바삭해진다는데, 껍질이 터져 속살이 드러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게다가 구운 껍질은 바삭하기보다 딱딱해 소시지의 탱탱함에 민폐를 끼친다.

프랭크의 진두지휘 끝에 숍웰의 사투는 식재료의 승리로 끝난다. 미친 두쉬는 프로판 가스통에 매달려 하늘로 날아가고 인간들은 냉동고에 처박히는 등 잔혹하게 처단당한다. 식재료들은 쟁취한 평화를 만끽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매우 화나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왕 소시지 파티를 벌인다면 영화의 주인공인 ‘프랭크’와 같은 프랑크 소시지를 먹어야 화가 풀린다. 마트에서 파는 제품 가운데서는 ‘목우촌’ 프랑크 소시지 제품이 가장 실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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