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 놓던 인부가 숨진 후, 공사장에 펼쳐진 진짜 '진흙탕'
관리자들
이혁진 지음|민음사|196쪽|1만4000원
콘크리트 하수관을 놓는 혁신도시 공사 현장에서 사람이 죽는다.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안전 규정을 건너뛰고 강행하던 날림 공사였다. 고강도 노동에 지친 인부들은 현장에서 몰래 술판을 벌였다. 오히려 술을 마다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인부 선길이 디딤발을 잘못 디뎌 낙하해 즉사했다. 사고 이후 진짜 진흙탕이 펼쳐진다. 현장 소장은 죽음의 책임을 선길에게 돌린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선길에게 음주 혐의를 거짓으로 씌우고, 현장을 조작한다. 동료 인부들의 입은 돈으로 막는다.
소설가 이혁진은 흙냄새 나는 사실적인 언어로 불합리와 부정이 아무렇지 않게 작동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병폐를 만드는 힘은 권력의 위계와 현실 논리에서 나온다. 공사판에서조차 소장부터 반장, 인부로 이어지는 계급이 있다. 상급자는 ‘관리’라는 명목으로 목줄을 쥐고 흔들고, 아랫사람은 생계 때문에 꼼짝 못하고 휘둘린다. “삶이 청구하는 비용에,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는 노예운반선에” 내몰린 인부들은 무기력하게 불의(不義)에 가담한다. 공모자가 되거나, 방관자가 되거나.
굴착기 기사 현경만이 사고 현장을 찍은 자신의 블랙박스가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고 행동에 나선다. 동료가 그를 막아선다. 사는 게 다 똑같지 않으냐고, 남들도 시궁창 같은 곳에서 별 짓거리 다 하면서 산다고, 참고 견디고 그러고들 버티면서 산다고. 현경은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며 외친다. “될 때까지 하면 돼요. 참고 버티는 건 그런 데다 하는 거예요. 소장 같은 인간한테, 이런 데다 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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