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LIVE] 이재명이 하면 개발, 이명박이 하면 토건?

박은주 크리에이티브 에디터 2021. 10.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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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도시재생’ 선호하지만
‘진보 이재명’은 달랐다
‘개발’하고 兆단위 지역화폐
‘토건’ 넘어 ‘금융+토건주의’?
논란 터지자 “토건 세력 탓”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60, 70년대 청계천에서 팔리는 옷가지를 만들던 ‘미싱사(봉제공)와 시다(조수)’를 비롯, 저임금 노동자가 많이 살던 동네다. 소방차도 못 지나가는 언덕길을 오르면 ‘서울 빈부 격차 뷰’가 한눈에 보인다는 카페가 나온다. 각종 벽화와 간판, ‘사회적 기업’과 활동가들 일자리, 주민들 갈등과 스트레스, 그리고 카페 몇 개…. 그래도 낙후된 동네에 분칠을 해놓으니 ‘신기하다’며 젊은이들이 놀러 와 동네 사람 사는 모습을 찍어댔다. ‘가난한 동네 사진 찍어 ‘#빈티지갬성(감성)’식의 글을 올리는 일이 옳은가’ 하는 ‘가난 포르노’ 논란도 일어났다. 도시 재생 명분으로 900억원 가까이 들어간 창신동, 숭인동 현실이다. 선의와 무능력이 만나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정부도 ‘도시재생사업에 50조원’을 약속했고, 지금도 돈이 들어가고 있다. 참고로 4대강 사업이 약 22조였다. 사업 지역 주민들은 ‘벽화 칠했다 지웠다 장난치지 말고, 그냥 1억씩 나눠달라’고 한다. 재생 사업이 성과가 없다는 건, 공무원과 연구자 대부분이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재명은 달랐다. 성남 지역 한 인사는 “시민운동을 한 이재명 시장이 취임한 후 신규 건설 중심의 토건 사업에 열심히 뛰어들어 놀랐다. 이재명이 토건 시장이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서울 인구가 끊임없이 유입되는 경기도에서 ‘토건’을 피할 길은 없었다. 그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도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한 250만호 이상의 주택 공급’이다. 실효성 논란이 일 만큼 막대한 양이다. 일부에서 ‘독한 맛 MB’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그가 ‘대장동 특혜 논란’을 돌파하는 한 수로 ‘토건 세력’을 들고나왔다. “토건 세력이 해먹으려다” “대선을 토건 기득권 해체 출발점으로 삼겠다” “화천대유는 토건 세력과 결탁한 ‘국민의힘’ 것” “현대건설 토건 사업자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이 LH가 민간과 경쟁하는 사업을 하지 말라 발언한 뒤 기묘하게 특정 사업자들이 수백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대장동 일대 토지를 다 사놓았다. 당시 대통령과 LH, 국민의힘, 토건 세력이 다 짜고 한 짓”이라고 했다. 대체 ‘토건 세력’이 정확히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한 ‘특정 사업자’가 바로 ‘천화동인’ 4호, 5호 소유주인 변호사와 회계사 등이다. 변호사는 1000억원, 회계사는 600억원 넘는 돈을 가져갔다. 그들은 이 지사 말대로, 지난 2009년 LH의 대장지구 사업을 민간 사업으로 돌리기 위해 로비한 혐의로 수사받았다. 그 수상한 ‘토건 세력’과 이재명의 성남시가 대장지구에서 개발 사업을 함께한 것이다. ‘그들이 대장동 땅을 다 사놔서 불가피했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일산대교 통행료 폐지와 관련, “국민연금은 주식회사 일산대교의 단독 주주인 동시에 자기 대출 형태로 사채 수준의 고리(高利) 대출을 한 채권자”라고 맹비난했던 그였다. 유원지 자릿세 받는 깡패들과 맞짱 뜨고,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 현장에 바로 쳐들어갔던 ‘뒤집어엎는 남자’ 이재명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마력’이 그를 강력한 대권 주자로 끌어올린 게 아닌가. 심지어 기업가 MB보다 돈의 힘을 더 잘 안다. MB는 건물 짓고 사회 기반 시설 정비하고 말았지만, JM(재명)은 ‘지역 화폐’까지 발행했다.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잔잔하게 시작, 경기지사 취임 후 조단위의 지역 화폐를 돌렸다. MB가 단순한 ‘토건 세력’이라면, 이재명은 ‘금융 토건 세력’으로 보인다. 그가 지금 이 모든 걸 이명박 탓, 박근혜 탓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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