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식물의 결정
[경향신문]
코로나 블루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뉴스를 봤다. 홈 가드닝 시장이 급성장 중이라고 한다. 집에서 키우던 화초는 이제 ‘반려식물’이라고 불린다. 식물을 동반자로 인정하는 순간, 식물과 나의 관계는 특별해진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생명을 보살펴야 할 의무감이 생긴다고나 할까.
식물에 더 큰 마음과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식물병원은 반려식물이 병들면, 어쩔 줄 모르고 방치하다가 새 식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보내서 치료하라고 한다. 식물전용호텔은, 혹시 출장 떠난 사이 반려식물이 말라죽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주인의 불안을 덜어준다. 호텔에 투숙하는 식물은 내가 없어도 최적의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활한다. 생명을 보살피는 마음이 우리의 일상을 윤택하게 만든다면, 이런 서비스는 ‘반려식물’을 위한 일이라기보다, 식물의 반려인간인 우리 자신을 위한 선택일 것이다.
주세페 페노네는 시간을 두고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살펴본 작가다. 1968년 그는 자신의 손을 캐스팅한 청동조각을 만들었다. 이 청동 손으로 나무의 줄기를 붙잡았다. ‘나는 숲의 숨결을 느끼고 나무의 느리고 거침없는 성장을 듣는다’는 메모를 남긴 작가가 할 일은 나무의 성장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가 자랐다. 다만 손이 쥐고 있는 부분은 성장하지 못했다. 나무는 예술가의 결정에 반응하여 성장의 방향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줄기를 감싸쥔 손이 나무에 파묻힌다. 예술가는 자연을 향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나무가 죽지 않고 계속 더 자랄 수 있다면, 청동 손이 줄기에 휘감겨 나무 속으로 파묻히는 날, 그래서 그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김지연 전시기획자·d/p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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