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쇼크'에 세계증시 출렁, 천스닥 붕괴.. 삼천피도 위태

박민우 기자 2021. 10. 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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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쇼크’가 전 세계 증시를 끌어내렸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 여파로 코스피는 6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천스닥’(코스닥지수 1,000)도 1개월여 만에 무너졌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64포인트(1.62%) 내린 3,019.18에 마감됐다. 올해 3월 25일(3,008.33)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 이날 코스피는 장중 3,015.01까지 떨어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900 선까지 내려갔던 올해 2, 3월보다 지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20.07포인트(2.00%) 하락한 983.2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8월 23일(993.18) 이후 한 달여 만에 1,000 선 밑으로 내려갔다.

일본 증시는 더 크게 출렁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2.31% 하락한 2만8771.07엔으로 마감됐다. 지난달 27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또한 전날보다 1.59% 떨어진 33,843.92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19%, 0.44% 내렸다.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우려 커져

공급망 쇼크 증시 출렁


글로벌 ‘공급망 쇼크’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서 50년 전 ‘오일쇼크’로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 수급 위기가 물가 상승을 촉발시키고 전 세계 경기 둔화를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다.

최근 미 경제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른바 세계 경제를 짓누른 ‘공급망 병목 현상’에서 촉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을 시작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방역 규제와 구인난 등이 겹쳐 물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각종 운임이 치솟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공급망 병목 현상은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 우려가 장기화하면 미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와 금리 인상 등 긴축 조치를 조기에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 국채금리 상승과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 현상도 두드러지고 신흥 시장에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1일 외국인들이 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188.7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로 상승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1일 블룸버그는 한정 중국 부총리가 최근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영 에너지 기업들에 “석탄, 전기, 원유 등 에너지 확보에 사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에너지원 확보가 그만큼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준다.

원자재 가격이 뛰고 세계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연준의 조기 긴축 정책은 경기 침체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석좌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1970년대 목격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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