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詩의 뜨락]

- 2021. 10. 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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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불러 볼 이름을 잃어버리고서야
어머니 홀로 사시던 낡은 한옥으로 왔다
오래전 서울 사람이 된 나와 여동생이 보낸
어머니가 뜯어 놓은 택배 상자
못 잊을 새끼들 두고 훌쩍 어찌 가셨나
기다림 길어 아껴 드시다 남은 견과류
유통기한 지나버린 봉지 뜯어
우적우적 눈물로 삼겼다
택배로나 안부를 전한 내가
당신과 너무 멀리 있었다고
날마다 어머니 앉아 계시던 자리
수국을 향해 놓인 마당의 빈 의자에 앉아

-반년간지 ‘근대서지’(2021년 제23호) 수록

●이도윤 시인 약력

△1957년 화순 출생. 1985년 ‘시인’지 등단. 시집으로 ‘너는 꽃이다’, ‘산을 옮기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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