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왜 배웠나 했더니..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해나무
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간으로 잠깐 돌아가 보자. ‘미적분’이라는 단원이 있다. 미분을 먼저, 이어 적분을 배운다. 곡선 그래프가 하나 있다. 그 곡선의 방정식을 미분해 찾아낸 건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는 직선, 즉 접선이다. 또 그 방정식을 적분해 얻은 건 곡선이 만들어낸 영역의 면적이다. 고교 수학 시간 미적분은 그것으로 끝났다. 머리를 싸매고 그토록 낑낑대면서 ‘왜’ 접선과 면적을 구해야 했을까. 미적분은 도대체 우리 삶에 어떤 ‘쓸모’가 있는 걸까. 저자인 스티븐 스트로가츠 미국 코넬대 응용수학 석좌교수는 책에서 그것들을 설명한다.
18세기 들어 앙드레-마리 앙페르와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기와 자기(합쳐서 전자기)에 관한 법칙을 발견했다. 이들은 실험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얼마 뒤 제임스 클러트 맥스웰은 앙페르와 패러데이가 연구했던 전자기 현상을 방정식으로 바꿨다. 바로 맥스웰 방정식인데, 전자기파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뒤 하인리히 헤르츠가 실험을 통해 전자기파 존재를 입증했다. 다시 10년 뒤 니콜라 테슬라가 최초의 무선통신 장비를 만들었고, 그 5년 뒤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최초의 무선 통신 메시지를 유럽에서 대서양 건너 캐나다로 보냈다. 그리고 20세기 전자기파를 활용한 무선통신은 라디오·TV·전화·휴대전화 등으로 급격하게 발전한다.
미적분이 큰 역할을 했던 또 다른 중요 분야가 우주 연구다. 요하네스 케플러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사용했던 미적분과 유사한 연구방법은 아이작 뉴턴에 와서 체계화된다. 그리고 훗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까지 이르게 된다. 행성의 궤도, 블랙홀 충돌로 발생하는 중력파 등 미적분은 우주 연구 있어서도 큰 역할을 했다. 사실 저자는 원서의 부제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복잡한 세상을 푸는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라는 번역판 부제와 달리, 원서의 부제는 ‘미적분은 어떻게 우주의 비밀을 드러내나(How Calculus Reveals the Secrets of the Universe)’다.
저자는 책 앞쪽에서 미적분 개념의 탄생과 발전 등 수학의 역사를, 뒤쪽에서는 현대의 다양한 과학기술 속 미적분의 활용을 소개한다. 중간중간 그 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원주율이나 포물선의 활꼴 면적을 구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 어떻게 미적분 이론으로 바뀌고, 다시 오늘날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책을 넘기다 보면 복잡한 방정식이 여기저기 보인다. 겁낼 필요 없다. 방정식은 건너뛰고 읽어도 된다. 저자의 설명이 그만큼 상세하고 친절하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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