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울 도심을 산책하다
오유진 2021. 10. 2. 00:21
정지돈 지음
문학동네
산책을 떠올리면 녹음이 우거진 숲이나 한적한 공원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빌딩이 빽빽한 도심 한복판이 아닌, 여유롭고 한산한 공간에서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다. 저자는 이런 통념을 뒤집는다. 이 책은 도시 속에서도 산책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저자는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모티프 삼아 서울과 파리에서의 산책을 기록했다. 부제인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이 곧 내용이다. 서울과 파리의 모습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낸다. 도심의 직장인에게 익숙한 광화문 한복판의 빌딩 이름들, “빨려 들어갈 뻔 했다”던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의 일화는 기존의 여행 에세이와 사뭇 다르다. 도시에 담긴 예술과 건축, 역사, 철학의 이야기는 저자의 사색을 엿보는 느낌을 준다. 독자 입장에서 ‘TMI’로 여겨질 법한 내용까지도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산책은 거창한 의미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구절이 머릿속에 맴돈다.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시달리는 ‘도시인’이라면 당장에라도 산책에 나서고 싶어질 책이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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