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보다 모빌리티 서비스
권용주·오아름 지음
무블
자동차 종주국인 독일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70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모터쇼’를 2019년을 마지막으로 과감히 없앴다. 대신 올해부터 ‘국제자동차전시회(IAA) 모빌리티(이동수단)쇼’라는 새로운 간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개최지 또한 기존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옮겼다. 1951년 이후 처음이다. 모터쇼가 자동차 산업의 풍향계 역할을 해온 만큼 모빌리티쇼의 등장은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 발맞춰 지난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2025년부터 일부 차종의 경우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밀려오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을 현시점에서 진단했다.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대응, 즉 기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만으로 모빌리티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화석 연료를 통해 얻는 이점,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변화 등을 고려하면 전기 자율주행차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모빌리티의 서비스 역할에 주목한다. 자동차 회사에게 예쁘고, 연비 좋은 자동차를 얼마만큼 빨리 생산하는지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휴대폰 앱과 잘 연동되면서 목적지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얼마나 잘 ‘구축’하는지가 관건이다.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를 선점하는 기업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모빌리티는 자동차 제조라는 가두리에서 벗어나 제조물을 활용한 운송사업으로의 전환이다. 그래서 저자는 모빌리티가 곧 권력이고 미래 산업의 왕좌에 오를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렇게까지 저자가 ‘과감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자동차에 쏟은 그의 경험 덕분이다.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25년 이상 자동차와 관련 산업 생태계를 취재한 현장 기자로서 자동차의 부침을 곁에서 지켜본 내공이 녹아 있는 책이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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