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위패 불태운 후손..진성 이씨 문중 "안동 유림 간 분쟁 야기돼"

김경호 2021. 10.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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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계 이황(1501~70)의 제자인 서애 류성룡(1542~1607)과 학봉 김성일(1538~93)의 신주를 모시는 서열(위차)을 둘러싼 병호시비가 400년에 걸친 논란 끝에 일단락된 지 1년도 안 돼 퇴계 후손들이 선생의 위패를 불태워 땅에 묻었다.

실제로 상계문중 운영위는 지난 10일 "호계서원 복설로 안동 유림 간 새로운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며 "사풍(士風) 진작에 힘써야 할 서원이 시비와 분쟁의 장이 된다면 존립 가치가 훼손된다"며 퇴계 위패의 반환을 요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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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패 모신 호계서원 복원 위치·퇴계 위패 복설 등으로 예안향교 측과 갈등
지난 4월에는 유림 간 몸싸움으로 경찰이 제지에 나서
진성 이씨 상계 종택 운영위원회 및 문중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의 호계서원 사당인 존도사(尊道祠)에서 선조인 퇴계 이황 선생의 위패를 사당 밖으로 모셔 나가고 있다. 경북=뉴시스
 
퇴계 이황(1501~70)의 제자인 서애 류성룡(1542~1607)과 학봉 김성일(1538~93)의 신주를 모시는 서열(위차)을 둘러싼 병호시비가 400년에 걸친 논란 끝에 일단락된 지 1년도 안 돼 퇴계 후손들이 선생의 위패를 불태워 땅에 묻었다. 후손이 선조의 위패를 직접 불태워 없애는 건 유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평가된다.

1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전날 낮 퇴계 후손들인 진성 이씨 상계종택 운영위원회 및 문중 관계자 20여명은 도산면 소재 호계서원의 사당인 존도사에서 고유제를 지낸 뒤 선생 위패를 사당 밖으로 가져가 인근 계상서당 뒤편 정갈한 자리에서 불태워 땅에 묻는 소송 의식을 진행했다.

복원된 호계서원에 위패를 복설(없앴던 것을 도로 설치함)한 후에도 영남 유림 간 갈등이 계속되자 퇴계 종손 측에서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계문중 운영위는 지난 10일 “호계서원 복설로 안동 유림 간 새로운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며 “사풍(士風) 진작에 힘써야 할 서원이 시비와 분쟁의 장이 된다면 존립 가치가 훼손된다”며 퇴계 위패의 반환을 요청했었다.

당시 호계서원 운영위는 “복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가사업인 동시에 도내 유림의 공의에 의해 진행된 사업”이라며 “당회를 열어 공론을 물을 충분한 시간과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1개월 말미를 달라는 답신을 보냈었다.

당초 호계서원은 안동댐 건설로 1973년 임하댐 아래로 옮겨졌다 지난해 11월 서부리 한국국학진흥원 인근인 현재의 자리로 옮겨져 복원됐다. 이와 함께 퇴계 위패 좌측에는 서애, 우측에 학봉의 각각 위패를 모셔 병호시비가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이 나왔다. 병호시비란 1620년 퇴계를 모신 여강서원(조선 숙종 2년 1676년 호계서원으로 개칭)에 학봉과 서애를 배향하면서 누구 위패를 상석인 퇴계의 왼쪽에 둘 것이냐를 두고 크게 세차례 이어온 논쟁이다. 이를 두고 안동 유림은 각각 학봉을 모신 호계서원과 서애를 모신 병산서원를 지지하는 파로 갈라졌는데, 2013년 퇴계 좌측에 서애, 우측에 학봉 위패를 모시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난해 경북도 중재로 서애를 퇴계 위패 동쪽에, 학봉을 서쪽에, 그 옆에 김성일 후학인 대상 이상정(1711∼81년)을 배향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이 해소된 듯 보였다.

그러나 복설 당시에도 도산면 소재 예안향교 측은 호계서원의 복원 위치와 퇴계 위패를 모신 점 등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안 유림들은 최근 이근필 퇴계 종손에게 서한문을 보내 위패 철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복설 후 열린 첫 춘계 향사(향촌에서 활쏘기 시합을 하며 예법을 익히고, 상호 친목을 도모하는 의식) 때는 유림들이 몸싸움까지 벌여 경찰이 제지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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