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20] 질문의 기술

백영옥 소설가 2021. 10.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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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가 되어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어려운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하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말을 잘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개의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계속 질문을 던져온 사람들이었다. 더 시간이 흘러 인생의 빅데이터가 쌓이자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한 단계 고수들을 알게 됐다. 그들은 가장 잘나갈 때 가장 큰 위기의식을 느끼며 최악을 대비한 질문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이때 ‘답’은 ‘질문’의 독창성에 비례한다.

‘질문하는 연구소’의 설립자 마릴리 애덤스는 ‘질문의 기술’에서 질문을 ‘심판자의 질문’과 ‘학습자의 질문’으로 나눈다. “누구 탓이지?” “어쩌다 패배했지?” 라는 ‘심판자의 질문’은 사람을 불안과 패배감에 젖어들게 하는 반면, “이 상황에서 배울 점은 뭘까?”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은?” 같은 ‘학습자의 질문’은 긍정적으로 심리적 안정감과 새로운 도전 의식을 준다는 게 책의 논지다.

얼마 전 영어 학원에서 만난 65세 할머니는 친구들과 만나면 ‘몸 아픈 얘기’와 ‘자식 자랑’이 대부분이라 재미가 덜하다는 얘길 했다. 그녀가 학원에 나오는 건 다양한 문화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사람들과 토론하는 게 즐거워서라는 것이다. 영어 역시 소통의 도구라는 점에서 유창성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그녀에게 배웠다. 내가 매번 감동받은 건 대화 중 놓치는 부분이 생기면 아무리 사소해도 그녀가 눈을 맞추며 ‘질문’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질문은 상대에게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을 한가득 심어준다.

공원을 걷다가 “나이 들어 좋은 것이 있느냐?”는 내 질문에 한 선배가 “이젠 내 한계를 알아!”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이제 못하는 걸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잘하는 걸 더 잘하려고 노력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이 질문과 대답은 이후 일에 대한 내 태도를 크게 바꿨다. 이때 질문의 또 다른 이름은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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