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北정권에 우호 단체만 남길 순 없다"

권순완 기자 2021. 10. 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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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단체 큰샘이 쌀과 미 달러화, 의약품 등을 담아 해류를 통해 북한으로 보내는 페트병./조선일보 DB

당국 승인 없이 쌀과 휴대용 저장 장치(USB), 성경 등이 담긴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으로 보냈다는 이유로 법인 설립이 취소된 탈북민 단체 ‘큰샘’이 통일부를 상대로 취소 조치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1일 승소했다. 이는 대북 전단을 살포해 설립이 취소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서 전날 패소한 것과 엇갈린 결과다. 앞서 두 단체는 지난해 통일부로부터 ‘한반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해 공익을 해쳤다’는 이유로 법인 허가를 취소당하자 각각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큰샘이 통일부장관을 상대로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1일 판결했다. 큰샘은 페트병에 1㎏가량의 쌀 등을 담아 북한으로 보내는 활동을 펼쳐온 단체다. 큰샘 대표 박정오씨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인 박상학씨의 동생이다.

재판부는 “북한 측이 대북 전단 살포는 문제 삼았지만, 쌀 보내기 사업을 비난한 적은 없다”며 큰샘이 남북 관계에 긴장을 초래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한반도에 긴장 상황이 조성된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의 도발 위협에 기인한 것”이라며 “만일 북한이 도발 위협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평가한다면, 북한 체제나 정권에 우호적인 활동을 하는 법인만 남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정상규)는 전날 통일부의 손을 들어줬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풍선 등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해 온 단체다. 재판부는 “대북 전단 살포는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위협을 야기하고 남북 군사 긴장을 고조시켜 평화 통일 정책 추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익 침해”라며 법인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작년 7월 대북 전단이나 물품을 살포하는 행위는 탈북민 단체의 설립 목적을 벗어난 데다,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긴장을 초래한다며 두 단체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그런데 단체가 보낸 물품과 남북 관계에 대한 재판부의 시각에 따라 완전히 엇갈린 판결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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