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미술여행]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관점

- 2021. 10. 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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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낭 레제는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라는 새로운 양식을 탄생시켰다.

전후좌우 360도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을 분석 해체한 후 하나의 화면에 재구성해 놓는 방식이다.

하나의 관점으로 파악한 모습으로는 대상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였다.

기계문명이 발달했던 당시에는 하나의 기계가 부속품의 상대적인 관계에 의해서 움직이듯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서로 협력과 연계 관계에 의해서 사회가 유지된다는 사상이 중심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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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낭 레제의 ‘카드게임’
페르낭 레제는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라는 새로운 양식을 탄생시켰다. 전후좌우 360도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을 분석 해체한 후 하나의 화면에 재구성해 놓는 방식이다. 하나의 관점으로 파악한 모습으로는 대상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였다. 그들이 살았던 20세기 초 기계문명의 발달로 인한 상대주의 경향도 깔려 있었다.

예술가들은 자신이 속한 시대나 사회의 사상이나 경향으로부터 은연중에 영향을 받는다. 기계문명이 발달했던 당시에는 하나의 기계가 부속품의 상대적인 관계에 의해서 움직이듯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서로 협력과 연계 관계에 의해서 사회가 유지된다는 사상이 중심을 이뤘다.

레제는 이런 기계시대를 상징하는 구체적 이미지를 그림으로 나타내려 했다. 카드, 파이프, 팔과 손, 몸통 등을 분석적 형태로 해체한 후 재구성했다. 등장인물의 손과 팔 머리 등을 철제 튜브나 기름통 또는 기계의 부속품처럼 묘사했다. 인간을 마치 기계처럼 묘사해놓아 기계시대의 예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보다 깊은 의미가 깔려 있다. 기계가 많은 부속품의 상관관계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사람 사는 사회에도 연계성, 상대성, 역동성 같은 기계 시대 이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담았다.

이런 작품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림 안에서 하나의 형태나 색채를 선택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형태들이나 색채들과의 관계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다른 형태나 색채를 기준으로 해서 똑 같은 일을 반복해 보자. 그때마다 다른 결과를 경험하게 되고, 지금까지 뒤죽박죽으로 보인 그림 안에서 무수한 변화와 관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똑같은 대상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듯이, 그림 공간이나 형태들 사이의 관계도 관점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체파가 의도한 것은 이런 점이었다. 그림이든 인생살이든 관점이 중요한데, 많은 이의 눈을 무시하고 자기 안에 갇혀 우겨대는 이들을 향한 교훈 같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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