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 임박.. 부산 준비는?
[KBS 부산] [앵커]
내일은 노인의 날입니다.
특히 부산은 전국 대도시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도시인데요,
하지만 부산은 여전히 노인이 살기에 힘들고, 위험한 곳입니다.
정민규 기자가 노인의 시선으로 부산을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부산은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입니다.
전국의 7개 특·광역시 가운데 노인 인구의 비중이 가장 높은데요.
그렇다면 노인이 많은 도시, 부산은 그만큼 노인이 살기에도 좋은 도시일까요?
나이가 들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노인 체험복을 입어봤습니다.
주요 관절은 잘 구부러지지 않아 뻣뻣해지고, 모래주머니가 달린 탓에 몸은 무거워집니다.
시야가 좁아지고, 허리 역시 구부러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손잡이와 지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본 도시철도역 계단, 한발 한 발 내딛기가 어렵습니다.
부산의 도시철도역 10곳 중 3곳은 에스컬레이터가 없습니다.
도시철도가 있는 전국 도시 중 미설치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부산 전체 건축물로 보면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40만 개 넘는 건물 가운데 노인 등 보행 약자를 위한 무장애 공식인증을 받은 시설은 100곳이 안됩니다.
도시 규모와 인구 규모를 따져봤을 때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한주영/부산시 노인복지용구 종합센터 : "다리가 아프거나 만성질환으로 인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 힘들어지시니까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건물이나 공공시설에는 어르신에 대한 배려가 많이 필요하다고…."]
도로라고 편한 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강서구의 한 도로에서는 80대 노인이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다름 아닌 노인보호구역.
1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이곳은 남구의 한 노인보호구역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시속 30km 이하로 달리게끔 되어있는데, 과연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지 직접 측정해보겠습니다.
측정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차량이 제한속도를 20km 넘겨 달립니다.
부산의 노인보호구역은 모두 80여 곳입니다.
다른 노인보호구역도 마찬가지.
운전자들은 제한 속도를 넘겨 달리기 일쑤고, 그 길을 노인들은 오갑니다.
[최재원/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 : "노인보호구역은 홍보뿐 아니라 이런 시설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운전자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시 같은 경우에는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해서 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10년 뒤면 인구의 30%, 20년 뒤면 40%에 달하게 될 부산의 고령인구.
초고령사회는 이미, 우리의 현재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도시 안전 대책과 시민 인식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한석규/그래픽:김소연
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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