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풍부한 앙골라는 왜 가난한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답하다 [책과 삶]
[경향신문]

부의 흑역사
니컬러스 색슨 지음·김진원 옮김
부티 | 560쪽 | 2만2000원
원제는 ‘금융의 저주(The Finance Curse)’다. 저자는 이 개념을 1990년대 앙골라에서 로이터 특파원으로 일하며 떠올렸다. 석유와 다이아몬드가 풍부한 앙골라는 왜 지독한 가난에 허덕이는가. 당시 학계에선 ‘자원의 저주’, 즉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에 오히려 경제성장이 느려지고 부패가 심해지며 독재 정치가 판치는 현상이 화두였다. 저자는 앙골라 사람들이 왜 광물 발견 전보다 더 궁핍해졌는가 파고들었다. 앙골라의 석유·다이아몬드가 곧 영국의 금융이라는 유사성도 확인한다. 금융 부문의 엄청난 성장이 영국 경제의 다른 부문을 “촉촉히 적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몸집이 커진 금융 부문 주변에서 소용돌이 치는 돈 때문에 공동체는 더 가난해지는 듯 보였다. 금융은 다른 부문을 밀어내는 ‘(다른 새) 둥지 속 뻐꾸기’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금융의 저주는 경영자와 자문가, 금융 부문이 금융 기술을 이용해 다른 경제 부문, 사회적 소외 집단에서 부를 수탈하는 걸 일컫는다. 기업들은 수익을 투자에 쏟지 않고, 자사 주식 환매에 쓴다. 경영자의 이익이 확대될 때 대다수 사람 삶의 터전은 무너져갔다. 저자는 묻는다. 직원 5000명에 투자는 많지만 수익은 보잘것없는 기업과 막대한 대출을 받아 10배 수익을 올리지만 직원이 100명뿐인 사모펀드 중 어느 쪽의 경제활동이 사회에 이로운가.
저자는 런던의 유한회사에서 조세 도피처인 저지섬 등을 거쳐 미국 투자회사 KKR로 흘러가는 영국 기차표 예매 수수료의 여정을 분석한다. 신용, 대출, 소유권, 투기로 이루어진 금융 상부 구조 문제를 다룬 베블렌, 민주주의 검증을 비켜간 금융왕 JP 모건 사례도 분석한다. 자산 관리 전문가와 조세 도피처가 부를 지켜주고 얻는 대가도 분석 대상이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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