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선수로 전혀 다른 팀을 만들라"

이정호 기자 2021. 10. 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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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극약처방’ 시즌 중 감독 교체
K리그1 중도 교체 사령탑 승률
*5경기 이상. 프로축구연맹 자료 기준

(왼쪽부터)토마스 투헬 감독, 조성환 감독, 안익수 감독
FC서울 안익수 부임 후 꼴찌 탈출
조성환 감독은 ‘잔류 청부사’ 명성
투헬 영입한 첼시, 챔스 우승 ‘대박’

선수는 똑같은데, 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시즌 도중 ‘감독 교체’라는 초강수가 불러온 효과다.

프로축구 FC서울은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9월 초 사령탑 중도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서울은 4월 이후 지루하게 이어진 12경기 연속 무승(5무7패)의 고리를 끊어내는가 싶더니 얼마 되지 않아 다시 6경기 무승(1무5패)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결국 최하위 서울은 지난겨울 야심차게 영입한 박진섭 감독과 결별했다.

서울은 선문대 사령탑인 안익수 감독을 데려와 팀을 재정비했다. 일단 현재까지 내용으로 보면, 감독 교체는 성공적이다. 서울은 지난달 26일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 수원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앞선 맞대결 0-3 패배를 설욕한 서울은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치른 4경기에서 2승2무로 반등했다. 최하위 탈출이 쉽지 않아 보였던 서울은 10위(승점 33점·8승9무14패)로 조금 올라섰다.

프로스포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어떤 유명한 감독이라도 계약기간을 채우고 롱런을 보장할 수는 없다. 성적이 생명을 좌우한다. 사실 팀 입장에서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극약처방으로 볼 수 있다. 성공을 보장하지 않을뿐더러, 불안요소도 크다. 무엇보다 시즌 도중 선수들이 새로운 감독의 스타일과 전술을 익히는 것이 어렵다. 그렇지만 연패나 무승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기사회생을 노리는 팀의 선택지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감독 교체는 분위기 쇄신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마지막 승부수로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플러스 효과로 나타나는 것은 ‘승리’에 대한 자극 때문이다. 주전급 선수들은 ‘이제 이겨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못 뛰던 선수들에겐 새 감독 체제가 기회로 작용한다. 김대길 위원은 “똑같은 선수들인데 (감독 교체 뒤) 더 좋아졌다고 느끼는 건 한발씩 더 뛰는 축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는 2020~2021시즌 팀의 부진이 장기화되자, 레전드 출신 프랭크 램퍼드 감독을 경질하고 전 시즌 파리 생제르맹을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 감독을 영입했다. 이후 첼시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14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더니, 9위였던 정규리그를 4위로 마쳤다. 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유럽 정상까지 올랐다.

주전들은 위기의식·후보들엔 기회
반전 노리는 팀들의 마지막 승부수
시간 촉박해 ‘강력한 리더십’ 필요

K리그1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3시즌 이후 교체 사령탑이 60% 이상 승률은 기록한 것은 총 7명(2021시즌 제외, 5경기 이상, K리그 기록 기준)으로 적지 않다. 2013시즌 대전하나시티즌을 이끈 고(故) 조진호 감독(5승2무1패)과 2016시즌 인천 유나이티드를 지휘한 이기형 감독(6승3무1패)이 가장 높은 75%의 승률을 기록했다. 2019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추락한 포항 스틸러스의 반전을 만든 김기동 감독은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감독 중 가장 많은 14승(7무9패)을 올렸다.

이런 극적 반전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되기도 한다.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우, 2016시즌 이후 올 시즌까지 중도에 각각 7차례나 사령탑을 교체했다. 결국엔 K리그1에서 살아남긴 했지만 그만큼 전력이 불안했다는 증거다. 인천의 ‘잔류 청부사’ 중에는 지난 시즌 조성환 감독이 가장 성공적인 기억을 남겼다. ‘이번에는 진짜 강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8월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감독은 이후 7승1무5패를 기록하며 팀을 구했다.

감독 교체의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도 많다. 구상범 감독은 2016시즌 성남FC에서 9월부터 김학범 감독을 대신해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성남은 1승2무6패로 부진하며 K리그2로 강등됐다. 인천은 2018시즌 박성철(1무1패), 2019·2020시즌 임중용(5무4패) 등 감독대행 체제에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위기 탈출을 노리는 팀에 필요한 리더는 어떤 인물일까. 한 K리그1 구단 관계자는 “보통 전 감독이 카리스마형이라면, 교체 감독 후보군은 팀 내 자율과 화합에 포커스를 맞추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물망에 오른다”며 180도 다른 성향의 감독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대길 위원은 “시즌 도중 교체된 감독은 빠른 시간에 팀을 추슬러야 한다. 또 원하는 바를 빠르게 녹여내 결과물을 내야 한다. 결국 경험이 많고 팀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안익수 감독도 여자대표팀, U-20 대표팀과 선문대 등에서 증명된 리더십과 커리어가 있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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