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승이나 했는데..류현진은 왜 부진한 걸로 보일까?

이용균 기자 2021. 10. 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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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영상 후보 올랐던 '기저효과'

[경향신문]

류현진이 볼티모어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포수로부터 공을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AL 다승 공동 3위 등 선전했지만
후반기 들어 사실상 1선발 놓치고
리그 5위 연봉 대비 아쉬운 성적
위력 뚝 떨어진 체인지업도 고민

지난달 29일 류현진(토론토)이 뉴욕 양키스전에 등판했습니다. 그날 오후 야구에 관심 있는 다른 부서의 기자 선후배들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류현진은 요새 왜 그래(요)?”

류현진이 왜 부진하냐는 것입니다. 류현진은 이날 목 부상에서 돌아왔고, 6연승을 달리던 양키스 타선을 상대로 4.1이닝 3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최고구속 93마일(150㎞)을 기록했고, 5회초 2실점은 사실상 비자책에 가까운 실점입니다. 패전투수가 됐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아주 나쁜 투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의 최근 성적에 대한 ‘느낌’은 많은 이들의 질문처럼 ‘부진’처럼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류현진은 이번 시즌 13승10패, 평균자책 4.39를 기록했습니다. 다승은 아메리칸리그 공동 3위, 선발 등판 30경기는 공동 8위, 평균자책은 13위입니다. 아메리칸리그 팀 15개를 고려하면 1선발 역할은 어느 정도 했습니다.

일단 ‘기저효과’ 때문입니다.

류현진은 최근 2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 3위 안에 올랐습니다. 2019년에는 내셔널리그 평균자책 1위였습니다.

말도 안되는 성적을 냈던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아니었다면 아시아 투수 첫 사이영상 수상도 가능했습니다. 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었다가 보통의 1선발이 됐으니 부진해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후반기 들어 사실상 팀 내 1선발 역할을 놓친 것도 류현진이 부진한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토론토 로비 레이는 전반기 중반부터 호투를 이어가더니 13승7패, 평균자책 2.84로 아메리칸리그 1위를 달립니다.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전통적 기록으로 따지면 아주 나쁜 성적은 아닙니다. 그런데, 세이버메트릭스 수준에서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선수의 종합적인 성적을 평가할 때 쓰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에서 류현진은 이번 시즌 2.4(팬그래프닷컴 기준)를 기록 중입니다. 아메리칸리그 투수 중 25위에 그쳤습니다. 류현진의 연봉이 2000만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닙니다. 류현진의 연봉은 올시즌 아메리칸리그 투수 중 5번째로 높습니다.

장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뚝 떨어졌다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공략했을 때 결과로 계산하는 ‘구종 가치’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2019년 24.9, 2020년 8.1이었는데, 올해 -1.1로 떨어졌습니다. 보통보다 못한 공이 됐습니다. 체인지업 때문에 고생한 류현진은 시즌 막판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만,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체인지업이 효과적일 때만큼 쉽지 않습니다.

류현진은 올시즌 선발로 30번 등판했습니다. 이는 2013년 LA 다저스 데뷔 첫해 이후 처음입니다. 164이닝으로 규정 이닝을 채웠지만 류현진은 “30번을 던지고 그 정도 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은 선발 투수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자책했습니다. 2013시즌에는 192이닝을 던졌습니다.

류현진은 4일 올시즌 토론토 마지막 경기인 볼티모어전에 나섭니다.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1경기 차 뒤져 있는 토론토가 그날까지 희망을 이어간다면 류현진의 투구 내용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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