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보 탱고' 황제의 계승자들 내한
[경향신문]
배우자가 만든 ‘오리지널 앙상블’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 도시 투어
서울 이어 대구·전주·광주·인천까지
탱고의 대명사인 아스토르 피아졸라.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피아졸라의 부인 라우라 에스칼라다 피아졸라가 만든 공식 오리지널 앙상블로, 지난달 28일 서울 공연에 이어 대구(2일), 전주(3일), 광주(4일), 인천(8일)까지 5개 도시 투어를 이어간다.
피아졸라는 단순한 춤곡이던 탱고를 ‘감상하는 음악’으로 끌어올려 탱고의 음악적 가치를 높였다. 하지만 50여년 전만 해도 탱고는 ‘연주되는 음악’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춤곡으로, 저잣거리나 유흥가에서 반도네온에 맞춰 흘러나오던 가락이었다.
아버지에게 어려서부터 반도네온을 배우며 능숙하게 탱고를 연주했던 피아졸라는 탱고 음악에 큰 관심이 없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탱고를 연주했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작곡을 했던 그는 클래식 작곡가가 되고 싶었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그가 만난 스승은 현대 음악의 거장이자 명교육자로 존경받는 나디아 불랑제였다. 어려서부터 해온 탱고의 색깔을 싹 지우고 클래식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그였지만, 오히려 스승 불랑제는 탱고를 연주하는 그에게 감탄하며 그의 정체성과 자질을 일깨워주었다.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그는 클래식 음악의 화성과 구조에 재즈의 변주, 여기에 탱고라는 정체성을 결합시켜 ‘누에보 탱고’(새로운 탱고)를 탄생시켰다. 혁명적 탱고, 완전히 새로운 탱고의 시대가 그를 통해 세상에 도래한 셈이다. 1960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 5중주단(퀸텟 누에보 탱고)을 결성하며 자신의 음악을 ‘누에보 탱고’라 명명한 그는 “청중에게 진정한 탱고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춤을 추게 할 것이 아니라 곡을 듣게 해야 한다. 나의 오케스트라는 무도회장에서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시도와 실험은 보수적이던 고향에서 반발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전통으로서의 탱고를 보존하고 지지하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그의 음악이 탱고를 타락, 변질시킨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그는 고국에 머무르기보다는 반강제로 해외에서 더 열심히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런 활동이 전화위복이 되면서 탱고는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고 ‘아르헨티나=탱고’ ‘탱고의 황제 피아졸라’라는 공식을 세계 음악팬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피아졸라의 작품 중에는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이 많다. ‘리베르탱고’와 ‘아디오스 노니노’ ‘망각’ 등이 대표적이다.
‘리베르탱고’는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한 뒤 수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을 통해 사랑받은 곡이다. 2008년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첼로 독주곡으로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열광적인 관객들의 반응에 화답하며 4곡의 앙코르를 선사했다. 이 중 마지막 앙코르곡이 ‘리베르탱고’였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2014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선택했던 곡이다. 피아졸라가 어릴 적 자신에게 반도네온을 선물했던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썼던 작품으로, 쓸쓸함과 처연함, 깊은 애수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사계’라고 하면 흔히 비발디를 떠올리겠지만 피아졸라의 ‘사계’도 즐겨 연주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사계절을 담은 이 곡은 우울한 듯하면서 격정적인 선율이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비발디 ‘사계’의 주요 멜로디가 피아졸라 ‘사계’ 곳곳에 녹아 있다는 것. 비발디 ‘사계’의 친숙한 멜로디를 피아졸라의 ‘사계’에서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다.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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