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시다 총재 인선 보니.."이럴 거면 아베가 하는 게 낫다"

윤기은 기자 2021. 10. 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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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새 집행부 출범

[경향신문]

차기 일본 총리 취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왼쪽에서 세번째)가 1일 오후 도쿄도 소재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임시 총무회에서 주요 간부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엔도 도시아키 선거대책위원장, 후쿠다 다쓰오 총무회장, 기시다 총재,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장. 도쿄 | 교도연합뉴스
당 간부 주요 4역 모두 ‘아베 키즈’
호소다파이거나 아베 정책 계승
간사장 아마리, 뇌물수수 전력도
4일 총리 취임…‘보은 인사’ 비판

오는 4일 새 일본 총리로 취임하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신임 총재가 당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당의 주요 4역을 모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파벌인 호소다파에 속하거나,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아베 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K는 1일 기시다 총재가 임명한 간부들을 주축으로 한 자민당의 새 집행부가 출범했다고 보도했다. 당의 4대 간부 중 간사장에 아마리 아키라 당 세제조사회장, 총무회장에 후쿠다 다쓰오 의원, 정무조사회장에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선거대책위원장에 엔도 도시아키 전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이 각각 임명됐다. 기시다 총재는 “코로나19 대책에 강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과 사회를 지키기 위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여러 정치 과제에 있어 책임을 다해 결과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공천권과 자금관리권을 쥐고 있는 당 2인자인 간사장에 임명된 아마리는 아베 전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함께 ‘3A’로 불리며 7년8개월 지속된 2차 아베 정권 때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아마리는 아베 전 총리를 설득해 기시다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주역이다. 2012년 경제재생상에 부임했던 그는 아베 당시 총리와 함께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후쿠다 총무회장은 아베 전 총리가 실질적 지주인 호소다파 소속이다. 조부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 부친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에 이은 3세 정치인으로, 중의원 3선임에도 요직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총재 선거 때 당선 1~3회의 소장파 의원들로 구성된 ‘당풍 일신 모임’을 이끌었다. 장래 유력한 자민당 지도자 후보다.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았다. 그는 속해 있는 파벌은 없으며 ‘매파 민족주의자’로 불린다. ‘아베 아바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아베 정권 시절의 정책 노선을 계승하려 한다. 그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를 해오기도 했다.

당 부총재는 아소파의 수장이자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아소 부총리로 결정됐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은 당 홍보본부장을 맡는다. 국회대책위원장에 다카기 쓰요시 중의원운영위원장(호소다파)이, 간사장 대행에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무파벌)이, 조직운동본부장에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다케시타파)이 각각 기용됐다.

‘아베 키즈’로 구성된 간부 인사에 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즈미 준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아베 전 총리에게 업혀가는 정권”이라며 “이 정도면 아베 전 총리가 (총리를)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보은을 요직으로 한다는 것도 자민당의 변함없는 규칙”이라고 꼬집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내부에서 ‘아베·아소’의 영향력이 커지면 새 정권이 아베 전 총리의 꼭두각시 정권으로 비치고, 이는 중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2016년 뇌물수수 혐의로 경제재생상에서 물러난 아마리가 간사장으로 임명됐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입헌민주당, 공산당, 사회민주당 등 세 야당은 다음주 합동조사팀을 만들어 아마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조사 및 청문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재는 4일 새 내각 인사 발표와 함께 중·참의원 양원 본회의에서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취임할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당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관저 2인자인 관방장관에는 아베 정권에서 문부과학상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 중의원이, 재무상에는 스즈키 슌이치 전 환경상이 내정됐으며,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유임된다고 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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